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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최고 유행어, '이 영화'에서 나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4.10.13 17:23최종업데이트24.10.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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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첫 방송된 K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200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 많은 신인 개그맨들이 스타로 도약했고 수많은 유행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개그콘서트>의 종료를 알리는 이태선 밴드의 마지막 음악을 들어야 한 주를 무사히 마치는 기분이 들었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지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개그콘서트>의 존재감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스타 개그맨들이 대거 예능으로 떠났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풍자 개그가 크게 위축됐으며 몇몇 개그맨들은 코너를 통해 억지 유행어를 알리기 바빴다. 심지어 2014년에는 억지 유행어를 민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역으로 이용한 '유전자(유행어를 전파하는 자)'라는 코너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실 유행어는 개그맨이나 예능인들이 의도적으로 미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질 때도 있다. 2015년 상반기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이 문장 역시 그해 2월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나온 대사였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이라는 크게 어렵지 않은 세 영어 단어를 세계적으로 유행 시켰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였다.

B급 감성 간직한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

 해리(왼쪽)과 에그시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이상적인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보여줬다.
해리(왼쪽)과 에그시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이상적인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보여줬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197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매튜 본 감독은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로 먼저 활동했다. 매튜 본 감독은 친한 친구인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태치>,<스웹트 어웨이>를 비롯해 총 6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2004년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던 시절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톰 하디, 시에나 밀러가 주연을 맡은 <레이어 케이크>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매튜 본 감독은 <엑스맨:최후의 전쟁>과 <007 카지노 로얄>의 감독으로 내정됐다가 하차했고 대신 2007년 소설 원작의 판타지 영화 <스타더스트>를 연출했다. 하지만 7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스타더스트>는 1억3700만 달러로 만족스런 흥행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10년에는 코믹스 원작의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을 만들었다.

매튜 본 감독은 2011년에 개봉한 <엑스맨> 비기닝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평단과 흥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매튜 본 감독은 < 킥 애스2 >와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연출을 포기하고 2015년 차기작을 선보였다. 바로 매튜 본 감독이 연출과 각본,제작에 참여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였다.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자신의 B급 취향을 블로버스터 영화에 자연스럽게 버무린 연출로 호평을 받으면서 4억14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을 이끌었다. 그리고 <킥 애스>와 <엑스맨> 비긴즈 시리즈의 속편 연출을 포기한 것과 달리 2017년 <킹스맨:골든서클>과 2021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차례로 연출하는 애정을 보였다(다만 <퍼스트 에이전트>는 흥행에 실패했다).

매튜 본 감독은 지난 2월 '슈퍼맨' 헨리 카빌과 론 하워드 감독의 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프로 레슬러 출신 존 시나 등이 출연한 신작 <아가일>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가일> 역시 9500만 달러의 성적에 그치면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지난 2002년 1990년대를 풍미했던 독일 출신의 유명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와 결혼한 매튜 본 감독은 슬하에 1남2녀를 두며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발한 장비로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612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의 세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612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의 세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2012년에 발간된 마크 밀러의 코믹스 <시크릿 서비스>를 원작으로 만든 <킹스맨>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다. 매튜 본 감독은 <킥 애스:영웅의 탄생>에 이어 마크 밀러 작가의 작품을 두 번째로 영화화했다. 영화의 부제이기도 한 <시크릿 서비스>는 '비밀 임무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서비스는 '봉사'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제목이 <시크릿 에이전트>로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제목 변경은 대성공이었다. 비밀 요원이라는 뜻을 가진 <시크릿 에이전트>라는 부제에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그리고 매튜 본 감독의 멋진 연출이 조화를 이룬 <시크릿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6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물론 일부 외국인은 <시크릿 에이전트>의 높은 국내 흥행을 "높은 지위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회적 집착"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시크릿 에이전트>는 철부지 청년이었던 주인공이 까칠하지만 인간적인 멘토를 만나 멋지고 완벽한 요원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의 영화라는 점에서 2008년에 개봉했던 <원티드>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신예였던 제임스 매커보이가 <원티드>를 통해 스타 배우로 성장했던 것처럼 테런 애저튼이 <시크릿 에이전트>를 통해 할리우드와 영국의 유망주로 급부상한 것도 두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에그시(테런 애저튼 분)와 해리(콜린 퍼스 분)를 비롯해 킹스맨 요원들이 사용하는 기상 천외한 장비들 역시 <시크릿 에이전트>의 또 다른 주역이다. 해리와 에그시가 공통으로 사용했던 장우산은 총알도 가볍게 튕겨내는 방탄 기능에 스턴건과 산탄총 기능까지 있다. 이 밖에 독 묻은 칼날이 숨겨져 있는 구두는 에그시가 가젤(소피아 부텔라 분)과 싸울 때 매우 요긴하게 사용했다.

<시크릿 에이전트>는 수트를 차려 입고 미래 장비를 동원해서 싸우던 고 숀코너리 시절의 < 007 > 시리즈를 보는 듯한 복고풍 스파이 영화다. 실제로 해리와 에그시는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1960년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각하지 않은 복고 스파이 영화'라는 정체성을 보여줬다. 이는 동네 양아치 출신의 에그시가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킹스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명대사의 주인공

 콜린 퍼스는 2015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한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시전한 주인공이다.
콜린 퍼스는 2015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한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시전한 주인공이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킹스 스피치>로 201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1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콜린 퍼스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통칭 '갤러해드'로 불리는 에그시의 스승이자 멘토 해리 하트를 연기했다. 해리는 영화 초반 술집에서 건달들을 혼내 주면서 그 유명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시리즈 최고의 명대사를 날렸고 이 장면은 영화의 엔딩에서 에그시에 의해 재현된다.

수많은 작품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사무엘 L.잭슨은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죽어가는 지구를 살려내야 하니 인류를 제거하자'는 위험한 발상을 가진 빌런 리치몬드 발렌타인 역을 맡았다. 자신의 계획에 동조한 권력층과 VIP들을 피신 시켜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둬버린 발렌타인은 에그시와 동료들에 의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

맨체스터시티 FC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닮은 꼴로 유명한 마크 스트롱은 <스타더스트>,<킥 애스:영웅의 탄생> 등에서 매튜 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IT와 교육을 담당하는 멀린 요원을 연기했다. 영화 내내 킹스맨 후보생들을 교육 시키거나 컴퓨터를 만지는 장면만 나왔던 멀린은 영화 후반 비행기로 돌진하는 발렌타인의 부하들을 날려 버리며 숨은 사격 실력을 선보인다.

소피 쿡슨은 임무 도중 세상을 떠난 랜슬롯의 후임 선발에 참가해 최종 선택을 받아 랜슬롯의 이름을 이어받는 록시를 연기했다. 에그시와 훈련생 및 킹스맨 요원 여성동기라는 점에서 히로인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지만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분량이 썩 많지 않다. 물론 당초 계획대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 록시 역에 캐스팅됐다면 록시의 캐릭터와 분량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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