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이후 재조명된 <무한도전> 171화 '품절남' 특집
MBC
사실 이런 주장은 오래전부터 비슷하게 반복된 것이다. 앞서 2020년 리얼 데이트 프로그램 <스트레인저>에서 한 출연진은 짐을 들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여성 출연진을 돕지 않으며 "저희도 들고 왔다. 남녀평등인데 같이 힘들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2022년 < 나는 SOLO >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출연진 중 한 남성이 "충분히 들고 올 수 있는데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 만드는 건 차별"이라 답했다.
그런데, 짐을 나눠 드는 걸 꼭 남자가 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예능 장면들의 핵심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일이었다. 설령 여성 연예인이나 일반인 여성 출연진이 남성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어도, 성별이 같았어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염려스러운 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이도 아닌 특히 "여성을 돕지 않겠다"는 정서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이다. "여성을 돕지 않는 것이 양성평등이다", "여성을 돕다가 성희롱 무고죄를 당하기 싫다" 등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여성 전체를 향한 부정적인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일부' 남초 커뮤니티 속 '일부' 사용자들의 이야기로 축소하는 건 요즘 시대에 인터넷이 지닌 힘을 간과하는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연구한 책 <인셀테러>는 "왜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느냐"며 온라인상 정서가 현실 속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금이 이미 그런 세상"이라고 경고한다.
다시금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라는 걸 되새겨야 한다. 여성 대 남성이란 이분법적 틀로 치환될 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통하지 않을 때. 한국 사회가 '매너' 그 이상의 시민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보호하는 사회적 그물망이 무의미한 편 가르기로 끊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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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 밖에 내세울 게 없습니다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