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위룡>은 주성치의 개성 넘치는 코미디 영화 중 그나마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평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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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개봉한 < 장강7호 >부터 배우보다는 감독 활동에 주력했지만 주성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최고의 코미디 배우였다. 비록 오우삼 감독이나 서극 감독,왕가위 감독처럼 색깔이 분명한 감독들과는 함께 작업한 적이 없지만 1990년대 어지간한 상업 영화 감독들과는 대부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만큼 주성치는 함께 작업하면 높은 흥행 성적이 보장되는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였기 때문이다.
이력지 감독은 주성치와 가장 손발이 잘 맞았던 감독으로 꼽힌다. TV에서 먼저 활동하던 이력지 감독은 드라마 <개세도협>을 통해 주성치를 만났고 1993년 <당백호점추향>을 연출하면서 주성치의 영화를 처음 만들었다. 이후 이력지 감독은 <파괴지왕>과 <럭키 가이>,<희극지왕> 등을 연출했고 주성치의 연출 데뷔작 < 007북경특급 >과 주성치 코미디의 정점으로 꼽히는 <식신>을 공동 연출했다.
유진위 감독은 1990년 <도성>에서 연출과 제작, 원안, 조연까지 1인 4역을 맡으며 주성치를 홍콩영화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인물이다. 1991년과 1992년엔 <신정무문> 시리즈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유진위 감독은 1995년 <서유기-월광보합>과 <서유기-선리기연>을, 1996년 <홍콩 레옹>을 연출했다. 특히 주성치 영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서유기> 시리즈는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재개봉 되기도 했다.
1981년에 감독으로 데뷔해 제작과 배우 활동을 포함, 200편이 넘는 다작을 했던 왕정 감독 역시 주성치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왕정 감독과 주성치는 국내에서 <지존무상3 >라는 제목으로 수입됐던 <도협>을 시작으로 <정고전가>, < 도협2 >, < 녹정기> 시리즈, <구품지마관>에서 감독과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왕정 감독은 지난 2014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성치의 프로의식을 극찬하기도 했다.
<식신>에서 주성치 밑에서 요리를 배우다가 배신을 하고 빌런으로 돌아서는 불통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곡덕소도 감독과 배우,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성치는 <식신>을 비롯해 <산사초>, <럭키 가이> 등 자신의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던 곡덕소의 연출 데뷔작 <성룡의 빅타임>에서 카메오로 출연했고 훗날 < 장강7호 >에서는 감독과 주연(이상 주성치), 제작과 각본(이상 곡덕소)으로 재회했다.
코믹과 액션, 로맨스의 절묘한 조화
▲<도학위룡>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진 '학교로 잠입한 형사물'의 원조격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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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학위룡>은 <이연걸의 정무문>, <성룡의 썬더볼트>, <메달리온> 등을 연출했던 진가상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도학위룡>을 통해 주성치와 인연을 맺은 진가상 감독은 1992년 < 도학위룡2 >, 1993년 <무장원 소걸아>를 차례로 연출했다. 이력지 감독처럼 오랜 기간 깊은 인연을 맺은 사이는 아니지만 초창기 주성치가 코믹 액션배우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적지 않은 공헌을 한 감독이다.
<도학위룡>은 승진 시험에서 탈락한 경찰 주성성(주성치 분)이 서장의 지시로 잃어버린 총을 되찾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학교로 잠입 수사를 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공부가 싫어 경찰이 된 주성성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 예쁘고 상냥한 상담교사 하선생(장민 분)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우울하던 주성성의 학교생활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도학위룡>은 파릇파릇하고 날렵한 주성치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 및 사건들, 그리고 가짜 학생과 여선생의 로맨스 등 온갖 재미요소가 가득한 영화다. 호불호가 매우 강한 주성치 영화 특유의 개그 포인트가 그나마 적기 때문에 주성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이 즐기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다만 국내에서는 서울 관객 2만 4000명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반까지 노골적인 학원 코믹물로 진행되던 <도학위룡>은 영화 후반 학교 일진들이 폭력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코믹 액션으로 장르가 한 차례 변주된다. 특히 여기서 사고뭉치 가짜 학생이 아닌 뛰어난 강력계 형사 주성성의 액션연기를 볼 수 있는데 주성치는 이 장면에서 '이소룡 키드'다운 출중한 액션연기를 선보인다(물론 주성치에게 성룡이나 이연걸 수준의 액션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주성치는 <도학위룡>이 1991년 홍콩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자 이듬해 <도학위룡2:첩혈위룡>에도 출연했다. < 도학위룡2 >에는 주인이라는 신인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주인은 1995년 <서유기-선리기연>에서 자하 선녀 역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왕정 감독이 연출하고 고 매염방이 합류한 <도학위룡3-용과계년>은 학교 컨셉을 버리고 당시 인기 있던 영화 <원초적 본능>을 패러디했다.
주성치와 12편을 함께 했던 뮤즈
▲주성치(가운데)와 고 오맹달(왼쪽),장민은 <도학위룡>을 포함해 무려 10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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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주성치와 장민은 서로에게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이다. 실제로 장민은 1988년 <소자병법>을 시작으로 <도성>, < 도협1,2 >, < 신정무문1,2 >, < 녹정기1,2 >, <무장원 소걸아>, <구품지마관> 등 주성치와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도학위룡>에서는 주성성이 첫눈에 반하는 상담 선생님 역을 맡았는데 영화 속에서 주성성은 하선생 앞에서 성인용품으로 풍선을 부는 명장면(?)을 만들었다.
장민을 능가하는 주성치의 '명콤비' 고 오맹달은 <도학위룡>에서 주성성보다 먼저 학교에 잠입한 동료경찰 달숙을 연기했다. 여러 영화에서 주로 주성치의 삼촌이나 아버지를 연기했던 것과 달리 <도학위룡>에서는 주성치보다 낮은 계급의 경찰을 연기했다(물론 학교에서는 달숙이 주성성의 아버지라는 설정이다). 달숙은 정의를 수호하기보다는 본인 한 몸 건사하기 바쁜 '생존형 경찰'로 나온다.
주성성이 잠입한 학교에서 주성성의 짝이 된 학생 황소구(황일산 분)는 왜소한 체격에 소심한 성격으로 언제나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형적인 교실의 약자다. 이 때 정의감 넘치는 주성성은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진 무리들을 혼내주면서 황소구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하지만 황소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성성의 이름을 팔아 학생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비열한 2인자'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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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탈락한 후 고등학교에 입학한 형사, 주성치의 리즈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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