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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증후군 딸과 지친 엄마, 눈물 흘린 오은영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24.10.07 10:22최종업데이트24.10.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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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체조 유망주 초4 딸(금쪽이)과 예비 초1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4년 전 고민을 안고 찾아왔다. 당시에는 학교 문제로 사연을 보냈지만, 지금은 집에서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치 4세 아이처럼 드러누워 떼를 쓰고, 사소한 일에도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다. 4년째 달라지지 않는 금쪽이를 보며 엄마는 지쳐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외출을 하기로 한 금쪽이는 엄마가 동생에게 밥을 먹이느라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주변에 머물며 계속해서 "나 이제 갈게"라며 티를 냈다. 이후 엄마가 양치를 하고 나가라고 하자 식탁을 흔들며 불만을 표현했다. 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악을 쓰며 덤볐고, 엄마의 팔을 깨물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오로지 엄마 앞에서만 보이는 행동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만 10세는 말대꾸하기 바쁜 나이"라며 금쪽이의 반응은 그 나이대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3~4세처럼 울며 떼를 쓰고, 아기 같은 말로 징징대며, 개연성 없는 떼를 부린다는 점에서 '발달상의 어려움'을 예상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체조는 감정과 신체의 조화가 필요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금쪽이는 또래보다 성숙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엄마와만 문제 일으키는 금쪽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채널A

금쪽이는 초1 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4년째 약을 복용 중이었다. 오은영은 일반적으로 ADHD 약을 1년 6개월 정도 복용하면 상태가 호전된다며, 금쪽이의 경우에는 (ADHD도 고려해야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유독 집에서 엄마와만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였다.

일상 관찰을 통해 고집불통 딸과 규칙을 우선하는 엄마의 갈등이 수 차례 목격됐다. 학교에서 돌아온 금쪽이는 아침에 약속했던 초콜릿부터 먹으려 했고, 엄마는 단호하게 손부터 씻으리고 지시했다. 칭얼대기 시작한 금쪽이는 엄마가 규칙을 고수하자 괜히 생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손바닥 뒤집듯 기분이 달라졌다.

"팅커벨 같은 면이 있어요, 아이가."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매사 관심을 추구하는 성향이며, 지금은 관심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엄마의 부정적인 말에 빈정이 상해서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엄마의 사랑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별 것 아닌 일도 과하게 받아들이고 상대의 행동을 곡해하거나 스스로 왜곡한 사실을 진실로 믿었다.

발레 학원에 가는 금쪽이는 발레복을 입은 채로 이동했는데, 신이 났는지 뛰어다녔다. 그 장면을 본 오은영은 금쪽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목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상복을 입고 가서 발레 학원에서 환복하기 마련인데, 금쪽이는 발레복을 입었을 때 주변의 관심을 즐겼다. 발레복을 입고 뛴 것도 같은 이유였다. 체조와 발레를 열심히 하는 까닭도 칭찬과 인정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도 텀블링 쇼를 하며 친구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때는 신나 했지만, 다른 친구가 젤리를 나눠주며 친구들의 관심을 끌자 시무룩해져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보챘다.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다가가는 방법이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것뿐인 듯했다. 오은영은 "작품을 통한 소통일 뿐 직접적인 소통이 아니"라며 금쪽이가 현실적 소통을 어려워한다고 분석했다.

금쪽이가 이토록 관심을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날, 금쪽이의 반찬 투정은 훈육 방법에 대한 부부 싸움으로 번졌다. 금쪽이가 칭얼대기 시작하자 아빠가 잠에서 깨 폭발한 것이다. 아빠는 무조건 안 된다는 엄마를 답답해 했고, 엄마는 원하는 걸 다 해주면 참을성을 기르지 못한다며 못마땅했다. 엄마와 금쪽이는 티격태격하며 말다툼에 가까운 갈등을 이어갔다.

한편, 엄마는 자신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금쪽이의 어려움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했다. 오은영은 엄마와 아이 모두 ADHD일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지도가 어렵고, 자매 싸움처럼 훈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사소한 말다툼으로 끝없이 부정당할 경우 자아에 타격을 입고, 의존적 욕구가 결핍되면 자존감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엄마가 금쪽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채널A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엄마가 금쪽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에게도 유년 시절의 아픔이 있었다. 친정 엄마 없이 친아빠와 새엄마 사이에서 자랐고, 술을 좋아한 아빠는 가정 폭력을 일삼아 새엄마마저 떠나버렸다고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오은영은 엄마의 어려움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건넸다.

금쪽이는 엄마의 표정이 굳어 있어 감정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자신을 미운 오리에 비유했다. 소원이 뭐냐는 질문에는 엄마가 활짝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좀 더 표현해야 한다며, 우선 모녀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마와 금쪽이는 촬영 영상을 함께 보며 마음 읽기 연습에 나섰다. 여전히 삐걱댔지만, 긍정적 소통을 배우며 진전을 이뤄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채널A

금쪽이는 감정을 먼저 읽어준 후 훈육과 요청하고, 잘했을 때는 칭찬하는 엄마의 모습을 어색해 했지만, 엄마의 노력은 집에서도 계속됐다. 대화할 때 금쪽이의 눈을 마주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말하려 애썼다. 경청은 기본이었다. 또, 엄마는ADHD 극복을 위해 클라이밍에 도전했다. 어린 시절 앨범을 꺼내 자신의 유년기 시절의 상처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엄마의 솔직한 고백을 들은 금쪽이는 생각에 잠겼다. 불행한 유년기를 겪은 엄마를 이해하게 됐을까. 엄마는 비록 부모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서툴렀지만, 오은영의 위로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금쪽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듣게 된 금쪽이는 그 사랑을 밑거름 삼아 단단한 아이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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