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개봉 당시 2~30대 젊은 나이였던 배우들은 1960년대의 음악과 감성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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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음악을 들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음악다방 형태의 술집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1980년대까지는 오직 '음악 감상'을 위한 찻집이나 술집들이 꽤 많이 운영됐다. 심지어 신당동의 떡볶이 가게에서는 DJ가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몇몇 유명한 음악감상실에서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직접 라이브 공연을 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쎄시봉'이었다.
1963년 서울 서린동에서 개업했던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 감상실 쎄시봉은 당시 유행하던 팝음악을 듣기도 하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도 있었다. 당시 쎄시봉을 통해 송창식과 윤형주, 김세환 같은 유명 가수들이 배출됐고 방송인 이상벽과 윤여정 배우 등은 '쎄시봉'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그들의 이야기가 김현석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쎄시봉>에는 송창식(조복래 분)과 윤형주(강하늘 분), 이장희(장현성/진구 분), 조영남(김인권 분)이 본명으로 출연했고 김세환은 단역으로 잠깐 등장했다. 영화 속 실질적인 주인공 오근태(김윤석/정우 분)와 민자영(김희애/한효주 분)은 각본을 함께 쓴 김현석 감독에 의해 가공된 인물이다(단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인물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자막을 통해 언급된다).
<쎄시봉>에서는 조영남의 <딜라일라>와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 같은 그 시절 명곡들을 젊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쎄시봉>은 그 시절의 노래들을 그대로 쓰기 위해서 저작권료로만 무려 6억 원을 지불했다. 미국 민요 <할아버지의 시계>를 번안한 <백일몽>은 김현석 감독이 직접 가사를 썼다.
<쎄시봉>은 애절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 옛 시절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로 개봉 당시 '천만 영화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네이버 관람객 평점 및 평론가, 기자 평점 등에 따르면<<쎄시봉>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전개가 느리고 장년층 관객들에게는 젊은 배우들의 분량이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을 받으며 전국 171만 관객으로 300만에 달하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김희애의 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