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간과 강> 공연사진
국립극단
우리 앞에 낯선 것이 닥쳐온다면
집, 한강 다리, 지하철역 등 일상적 공간이 <간과 강>의 배경이 된다. 이런 일상에 갑자기 비일상적 소재들이 들이닥친다. 집 안에 싱크홀이 생기고, 어디선가 인어가 발견된다. 일상적 사고의 영역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세 적응한다. 이것이 보통의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특이한 징후가 나타나도 이를 두고두고 생각하지 않고 적응해버린다. 무뎌지는 것이다. <간과 강>에서 'L'과 'O'는 부부 사이인데, O가 습관처럼 말한다는 L의 지적에 O는 머뭇거린다. "습관이 아닌 말을 찾고 있다"면서.
낮처럼 더운 밤, 전염병의 위협,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인어 등 연극 속 풍경은 종말은 연상케 한다.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종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에 무뎌진 사람들에게선 그렇다 할 문제의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O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새로운 대상이 등장해도 기존의 틀로 이해하려 하는데, 기존의 틀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으니 무뎌지는 걸 택한다.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지적에 오래 전부터 있었고,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위협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런 세태를 보면 <간과 강>의 이야기는 분명 2024년 오늘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