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조적인 캐릭터의 남녀
<대도시의 사랑법>은 전혀 다른 개성의 남녀 재희와 흥수가 한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재희는 말보다 행동이 빠르고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하고 싶은 건 후회 없이 성취하는 행동파이다. 사랑에 진심이다 보니 상처를 많이 받는다. 천방지축으로 극 전반을 휘젓는 재희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감독이 "재희라는 인물이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한 것처럼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재희의 매력이 영화를 지배한다.
가족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을 재희에게 들켜버린 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흥수가 재희와 가까워지는 과정, 동거와 함께 재희와 인생의 '베프'로 거듭나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사랑에 질색이고, 진지한 관계를 피하면서도 외로움에는 시달리는 보통 사람의 심리를 공감 있게 표현했다.
두 사람 사이의 근본적인 대조는,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이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많이 들은 얘기가, 여자는 친한 친구 중에 게이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 여자가 게이 남사친(냠자 사람 친구의 줄임말)을 원하는 심리는 소외의 공감과 대조를 통한 합일의 가능성을 엿보기 때문일까. 거기에 약간의 불편이 개입할 틈은 없을까.
가부장제 비판
여자 주인공 재희는 대놓고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극중에서 가부장제에 맞서는 여성투사의 면모를 보인다.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은 인물이라기보다 주체성을 자각한 인간으로 보편적인 사람다움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직장 등 사회 전반의 성차별에 맞서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억압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주인공 재희는 사랑의 굴레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에도 '맞다이를 떠' 자아 해방과 정체성 확립의 길을 걷는다. 영화에서 성장을 그린 측면이 더 두드러지는 쪽은 두 주인공 중 여성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찾고 주체적으로 어떻게 표명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재희는 사랑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가부장적 기대와 억압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발휘한다. 페미니즘 투사에 머물지 않고 삶의 전사로 나서 개인적인 자유의 추구를 넘어 사회 구조에 끊임없이 반란을 획책한다. 현대 여성이 직면한 사회적 도전을 머리띠 두르지 않은 채 담배를 꼬나물고 잔잔하게 고발한다. 퀴어 로맨스를 넘어서, 여성 주인공을 축으로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시각을 포함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 영화가 성찰했음을 관객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