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탐구> 스틸컷
티캐스트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배우 모니아 초크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영화 <하트비트>(2010)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에서 그는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우정의 한 축 마리 역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분명 자비에 돌란이었지만, 다른 나머지 두 인물이 내러티브 위에서 그의 존재를 단단히 지지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다. 다음 작품인 <로렌스 애니웨이>(2013)에서도 함께했던 모니아 초크리는 이후 주,조연을 오가는 연기 생활을 이어가다 2019년 <브라더스 러브>를 통해 첫 장편을 연출하게 된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영화 <사랑의 탐구>는 그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이 작품은 10년째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철학 교수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론도 분)와 자비에(프란시스 윌리엄 레움 분)로부터 시작된다. 오프닝 크레디트 이전의 첫 시퀀스에서도 보여지고 있듯이 두 사람은 지적인 대화와 편안한 일상을 이미 완성한 상태다.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뜨겁고 거친 생동감이 넘치는 사랑이랄까. 어떤 오래된 관계에서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사랑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두 사람의 관계 사이에 건축업자 실뱅(피에르 이브 카디날 분)이 등장한다.
두 사람이 마련한 시골 외곽 지역의 별장 수리를 위해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육감적이고 동물적인 면모를 가진, 자신은 물론 파트너인 자비에와도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인 그에게 소피아는 순식간에 빠져들고 만다. 관계의 측면에서 보자면 위태로운 행동이지만, 사랑의 측면에서는 완벽한 선택처럼 보인다.
02.
"사랑이 유일한 보편적 가치죠."
위의 설명만으로는 이 작품의 이야기가 흔히 볼 수 있는 불륜 드라마의 속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피아와 자비에 두 사람의 관계가 법적, 사회적 제도로 구속되지 않고 '파트너'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그런 진부한 내러티브를 비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분명 오래 쌓아온 시간과 서사, 서로에 대한 믿음이나 감정과 같은 요소들이 존재하기에 무게의 추가 이미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다만, 두 사람이 상징하는 사랑의 모양은 분명히 다르다.
소피아에게 실뱅은 거부할 수 없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사랑의 또 다른 면모와도 같다. 서로 다른 침대를 쓰고, 육체적 관계로부터 더 이상 고양된 감정을 획득할 수 없지만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던 자비에와의 오랜 관계 속에서는 '결핍'이라고조차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떨어져 있던 조각이던 것에 가깝다. 하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사랑의 육체적 속성은 실뱅과의 만남을 통해 (플라톤이 이야기했던) 결핍을 일으키고, 욕망을 터뜨리며 또 하나의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다. 사랑을 나누는 일에 있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고 뜨거운 관계. 소피아에게는 기존의 안정적이고 안전한 관계를 포기하는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선택이다.
이제 이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은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부터 얻어진다. 하나는 소피아가 양쪽의 상반된 속성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다시 말하면, 기존에 구축된 자비에와의 안정된 관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실뱅과 소피아가 서로 완전히 다른 배경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을 망가뜨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