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 미> 공연사진
(주)엠피앤컴퍼니
치열한 심리전을 보는 렌즈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나'와 '그'로 설명될 뿐이다. '나'와 '그'는 모두 사회에서 쉽게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나'는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그가 원하는 대로 맞춰준다. '그'는 철학자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채 자신을 초인이라고 인식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그리고 섬뜩하게도 범죄를 통해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려 한다.
동성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 그리고 범죄를 통한 우월감 추구. 둘은 각자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계약을 맺는다. '나'가 '그'의 범죄를 돕고, '그'는 '나'의 사랑을 채워준다는 계약이다. <쓰릴 미>는 이런 둘 간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려낸다.
필자는 둘 간의 심리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렌즈로 '사회 교환 이론'의 설명을 빌릴 것을 권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호만스(George C. Homans)가 처음 제시한 이 이론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행위자 간에 가치 있는 물질적·비물질적 보상을 주고받는 교환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개인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지속하고, 보상이 클수록 상호작용의 빈도는 증가한다. 반대로 보상이 작거나 보상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상호작용의 빈도는 줄어든다.
'나'와 '그'의 거래도 그렇다. 둘은 서로의 만족을 위해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적게 주고 많이 받고 싶은 욕심은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그'의 범죄를 돕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고, '그'는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가. 뮤지컬에서 '나'와 '그'의 교환은 비대칭적이고, 관계 역시 비대칭적이다. '그'에게 모든 맞춰주는 '나'는 상대적으로 열세한 위치에 있고, 주도권은 '그'에게 있다.
<쓰릴 미>가 그려내는 치열한 심리전은 사회 교환을 두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도 볼 수 있다. 열세했던 '나'는 특정 시점을 계기로 주도권을 넘겨받게 되고, 그렇게 새로운 비대칭적 관계가 수립된다.
이때 상징적인 대사가 '개자식'이다. 그동안 '그'가 자신을 이용한다고 느끼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느낀 '나'가 뱉었던 말이다. 그 대사를 어느 순간 '그'가 뱉는데, 이 상징적인 장면에 주목해 관람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