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포스터
CJ ENM
1편에서 "죄짓고 살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형사 서도철이, 악의 화신이라고 할 조태오를 붙잡는 데 어려움만 있지 어떠한 고민도 없었다. 반면 2편에서 서도철은 악을 응징하는 악을 체포해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놓인다. 형법상 드러난 악행의 수준으로 보면 2편이 훨씬 더 중하지만, 악행의 목적을 잣대로 하면 1편이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사악하다.
1편에서 서도철이 상대한 적은 오만하고 무자비하며,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법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악한이다. 게다가 이 재벌 3세는 자신의 행위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쾌락과 만족, 이익을 위해 약한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한다. 동정할 일말의 여지조차 없는 '절대 악'의 캐릭터에 스크린 안과 밖의 시민, 일부 정의로운 형사들은 분노하고 따라서 서도철의 단죄에 박수를 보낸다.
2편의 악한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엇갈린 심경이 노출된다. 해치는 법의 한계를 넘어서 있는,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자들을 직접 응징하여 국민의 법감정(Rechtsgefühl)을 만족시킨다. 이 법감정에는 말 그대로 법(Gesetz)에 대한 감정과 함께 정의실현 욕구가 담겼다. 극중에서 시민들이 해치에 열광한 건 그가 실종된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해치가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은 제삼자인 시민들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권력에 속한 서도철에게는 문제가 된다.
1편에서 서도철은, 사소하게 넘나들기는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태오를 응징한다. 명확하고 보편적인 도덕 기준을 따르며,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2편에서 서도철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해치에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해치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느끼는 불만에는 공감한다. 9년 전보다 더 나이가 든 서도철이 그만큼 성숙했는지 그만큼 그저 늙었는지, 법 집행에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듯하다. 감정은 비질란테와 비슷한 양태로 표출하지만 극중 대사에서 드러나듯 대상이 누구이든 사람을 죽이는 건 죄라는 원론을 고수한다. 1편에 없던 서도철 캐릭터 내의 분열이 2편엔 나타난다.
캐릭터 사이의 분열 또한 목격된다. 1편의 조태오와 서도철은 캐릭터 내부의 분열 없이 대척점에 서서 정면으로 충돌한다. 2편에서 분열 없는 캐릭터는 해치 하나이고 서도철은 분열을 겪는다. 캐릭터를 기준으로 하면 선과 악이 1편에서 같은 기질이었는데 2편에서는 다른 기질로 분열된다.
액션영화이자 오락영화 요소가 강한 2편에서 이 분열이 무한정 심해지면 1편과 너무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너무 무거워져 관객에 외면을 당하게 된다. 류 감독으로서는 윤리적 딜레마를 분명히 보여주되 재미를 깨는 방식이 아닌 끼워넣기로 돌파했다. 정색하지 않았기에 관객이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엔딩에서 서도철이 해치에게 보여준, 조태오를 대할 때와 완전히 다른 강한 애착은 이 분열의 반영이며 해치를 향한 정서적 공감의 표시다.
더 나은 속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