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파친코' 시즌2 관련 이미지.
애플TV+
1세대 시점의 이 같은 시대 선택은 시즌2가 전쟁 전후 상황 묘사에 어느 정도 예고와도 같다. 수 휴 프로듀서를 필두로 한 제작진이 시즌1 7화에서 간토 대지진과 이어진 간토 대학살을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다뤘다는 점을 상기해 보시길. 그 전쟁이란 처참한 상황이 재일조선인에게, 또 각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갈등을 겪게 될지가 시즌2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확실한 것은 시즌2 1화에서 엿볼 수 있는 감정의 진폭과 인물 간 갈등이나 내적 고민의 깊이가 시즌1 초반이나 시즌2 전체와 비교해도 훨씬 깊어질 것이란 기대다. 시즌1이 기실 선자가 일제 강점기 하 부산 영도에서 재일조선인으로 거듭나기까지 여정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 중간 중간 서사나 감정의 빈 공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즌2 1화는 분명 달라 보인다. 특히 1945년 속 선자 가족에 대한 묘사는 '빌드 업'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전개를 위해 감정과 설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쪽에 가깝다. 개별 사건들 자체가 그렇다.
선자는 여전히 씩씩하지만 시대 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아도, 모자수도, 심지어 한수도 재일조선인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해 보인다. 이런 '빌드 업'으로 인해 쇼의 포문을 여는 1화 치고는 살짝 심심해 보일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아우르는 1화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파친코> 시즌2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거대 가족 서사를 경유하여 멜로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하여 세상을, 국내 시청자들 역시 놀라게 했던 <파친코>의 장점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세트부터 의상까지, 유려하고 우아한 촬영과 시대를 넘나드는 특유의 편집 또한 한층 원숙해졌다.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윤여정을 필두로 시즌1의 배우들도 더 성숙하고 친숙한 얼굴 그대로다. 이중 새롭게 합류한 한수의 오른팔인 김창호(김성규)와 노아(김강훈, 강태주)가 새롭게 엮어낼 전개 또한 기대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파친코>의 디아스포라 서사는 식민지를 경험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확실한 건, 할리우드라는 천년왕국과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거대 공룡들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초강대국 미국이 K-콘텐츠를 주목하며 지갑을 통 크게 열었다는 사실이다.
애플TV는 <파친코> 시즌2에도 1000억대 제작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건 비단 북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K-콘텐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뒷받침된 결과다. 미 엔터 업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냉정하다는 현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즌1은 수 휴나 테레사 강 로와 같은 프로듀서들과 <애프터 양>의 코고나다 감독,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까지 '한국계'들이 쇼를 이끌어나갔다. 이 역시 전례 없는 일이었다. 시즌2는 여기에 '찐' 재일 조선인이자 <훌라걸스>, <악인>, <분노>, <유랑의 달> 등으로 일본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이상일 감독이 연출자로 합류했다. <파친코>라는 TV 쇼 자체가 점차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어떤 전범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1화 최초 공개 이후, 영미 평단은 전례 없는 호들갑으로 화답 중이다. <버라이어티>는 "원작을 뛰어넘는 화려한 감동"이라는, <뉴욕타임스>는 "사랑과 투쟁의 멋진 서서시"라는, 영국 <가디언>은 "역사상 최고의 고전에 가깝다"는 호평을 내놨다. 대다수가 1시즌을 뛰어넘는 완성도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파친코> 시리즈는 미국에서 이미 상업성이 검증된 이민진의 원작과 K-콘텐츠 및 K-컬쳐의 영향력과 창작자들의 힘, 애플TV의 고급화 전략과 맞아 떨어진 행복한 만남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렇다. 시대가 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