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 스틸컷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내란 목적의 계획된 살인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박흥주 대령에 대한 군사 재판은 고작 16일간 졸속으로 진행됐다. 이내 사형이 선고됐고, 관련자들의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둘러 사형이 집행됐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전두환의 신군부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에 대해 안절부절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흥주 대령이 세상을 떠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광주에서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벌어진다. "집권에 방해가 되는 이들은 모조리 죽인다"는 전상두의 대답은 복선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도 조만간 '좌파 영화'로 낙인찍힐 듯하다. 하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친일적 인사들이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등 국책기관장으로 버젓이 임명되는 현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죄다 '좌파 영화'일 수밖에 없다. 짜깁기와 역사 왜곡으로 점철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과 최근 KBS에서 방영된 <기적의 시작> 등은 논외다.
사족 같지만, 현 정부 들어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바뀌고 시효마저 다해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만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가 조롱당하고 정의가 불의에 압도당하는 몰상식한 시대로 퇴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토록 하수상한 시절, 영화 <서울의 봄>이 그러했듯 <행복의 나라> 또한 '치료제'까지는 아니어도 '진통제'의 역할은 너끈히 해낼 것으로 확신한다. "의연하고 떳떳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던 박흥주 대령의 유언을 곱씹어본다. 두어 달 뒤 광주에서 윤상원 열사는 유언처럼 이렇게 말했다. 뜬금없이, 박흥주 대령과 윤상원 열사가 자꾸만 겹쳐 보인 이유다.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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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