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블데드> 공연사진
주식회사 랑
웃음 뒤에 따라온 의미 있는 고민
<이블데드>는 'B급 좀비 코믹 뮤지컬'을 표방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놓고 웃기려 한다. 'B급' 답게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도 소위 말하는 '병맛'이다. 관객을 터뜨리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이 작품은 성공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만족스럽지 않은 극일 수도 있다.
필자는 공연을 보며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작품이 그려내는 사회 현실을 포착하고, 이로부터 사회적 의미를 끄집어내고, 작품과 사회의 관계를 정리하는 '사회학적 비평'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블데드>에 대한 사회학적 비평이 가능하겠는가 묻는다면 "쉽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동시에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겠다. 공연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공연을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다.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연극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극장은 믿음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물리적으로 구분된 극장 안과 밖은 공간이 공유하는 세계관도 다르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오는 순간 연극적 세계에 들어왔다고 인식하고 믿어야 공연을 잘 즐길 수 있다.
극의 개연성은 관객이 연극적 세계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극장 외부의 현실 세계와 그 순간만큼은 단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블데드>는 개연성이 없다. 'B급 좀비 코믹 뮤지컬'을 표방한 순간부터 이를 선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