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끝에서스틸컷
SIEFF
서울은 피하고, 지방은 감당한다
쓰레기를 비워낸 수도 서울은 갈수록 쾌적해져가지만, 그 쓰레기를 받아내는 수많은 지역은 얼마나 황폐해져 가는가. 그마저도 마땅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주어질 수도 없는 곳들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를 <문명의 끝에서>가 내보인다.
영화는 쓰레기의 순환을 내보이는 걸 넘어 차츰 그 본질로 넘어가려 한다. 쓰레기의 순환을 개론적으로 훑는 것이 1부 '서쪽 끝 쓰레기 도시'를 이룬다면, 2부 격인 후반부 '나의 살던 고향은'은 지역의 식민화와 재개발 문제를 다룬다. 인천시가 서울 쓰레기를 처리하는 부조리함부터 매립 쓰레기의 태반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이 어떤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지를 묻는다.
수많은 재개발 논의 가운데서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소외돼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 경제 부흥을 위하여, 또 건설사며 정치인, 이해관계 있는 온갖 이들의 목적 아래서 무분별한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을 영화는 쓰레기 문제와 연결 짓는다. 재개발이란 이름 아래 보존되지 못하는 장소들을 이야기하고, 재개발이 지역을 더욱 빨리 낙후시키는 현상을 지적한다.
물론 쓰레기의 여정을 뒤쫓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해외에도, 한국에도 관련된 영화며 책이 수두룩하다.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사실이 문제 전부를 포괄하는 것도 아니고, 한 지점을 꿰뚫을 듯 파고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