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
<돌풍> 속 인물들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정치인들을 한데 모아 버무려 재배치한 것 같다. 박동호는 오래 모신 대통령을 시해하려 했고, 정수진은 극렬 운동권 출신의 경제통 국회의원이지만 남편 때문에 부패에 휘말렸다. 장일준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아들이 부패자금에 연류됐다.
'적폐(누적된 폐단) 청산'은 극 중 박동호의 슬로건이다. 최고의 자리 대통령에 올라 부정부패를 일거에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정이 험난하다. 대의와 신념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대의와 신념을 저버려야 할 위기에 처하니 말이다. 그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박동호, 정수진, 장일준 등은 모두 진보 진영의 오랜 정치적 동지였다. 하지만 정수진, 장일준이 부패에 연루되고 이를 알아챈 박동호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의 방식은 잔인하고 포악하고 치졸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 지, 뭐가 정의이고 뭐가 불의인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현실 세계라고 다르지 않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분으로 꼭대기에 올라가지만 초심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타락 같은 타협을 하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해선 안 되는 일을 하고,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진영을, 정권을, 나라를, 국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과정은 아무래도 좋은가
▲<돌풍>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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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비록 픽션일지라도 진보 진영의 민낯을 철두철미하게 또 처절하게 들여다보니 말이다. 정치에 환멸이 생길 정도다. 박동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고, 그의 곁에는 한마음으로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인가. 쉽게 가시지 않는 의문이다.
극 중에서 박동호는 대통령이던 장일준을 향해 "당신이 만든 미래가 역사가 되면 안 되니까"라고 말한다. 장일준에게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청하며 내세운 명분은 '새로운 미래'다. 시해시도를 비롯해 물불 가리지 않고 하나의 정의를 위해 여러 불의를 저지른 박동호는 스스로에게 또 그의 심복들에게 "나는 선을 넘었다, 선을 넘은 자에게 한계는 없어"라고 강조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의 시대가 오면 나는 없을 것이다"라고 천명한다. 자신이 그린 새로운 미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암시지만, 당시에는 이 말의 뜻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내세운 희생이 무엇인지는 마지막에야 비로소 밝혀진다. 그는 자기 한 몸을 도구삼아 자신이 꿈꾸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상을 만든다. 그러니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작품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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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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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몰아치는 '돌풍', 정치에 대한 환멸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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