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욕> 스틸컷
해피송
일본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모두가 똑같아야 미덕이라고 믿는 동조압력이 팽배하다.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영화 <괴물>을 만든 바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성별, 세대, 계층 등 다양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다수와 다르면 괴물 취급하고 튀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보통의 가치가 강한 사회는 골이 깊어지고 그럴수록 고통받는 사람은 늘어난다.
검사이자 아버지인 히로키는 다양성에 관한 사건을 맡았음에도 다양성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세상에 버그와 악마 같은 인간이 존재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더 보통에 집착한다. 보통이 아니라면 사라져야 한다는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과 가정을 꾸렸지만, 늘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절박함이 보여 애처롭다. 언뜻 악인처럼 보이지만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보통이 되고 싶어 안달난 사람을 상징한다.
이해-공감-연대로 이어지는 키워드가 관통한다. 다수로 인해 핍박받는 소수의 입장을 도발적인 화두로 전달한다. '물 페티시'라는 소재를 차용했지만 결국에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을 말한다.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설명할 수 없음에 한계를 느껴 본 경험,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 자꾸만 밀려나는 느낌을 겪는 사람을 대변하는 날 선 이야기다.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연결된 요시미치와 나쓰키가 성관계를 체험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흥미로웠다. 열심히 운동하는 기분, 변태적이라고 말하는데 묘한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이었을까 궁금했다.
134분이란 긴 러닝타임 동안 단절된 현대사회를 연결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제공한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 가족 관계 속의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연인과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이 각자 다름을 집중탐구한다.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 없듯,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은 없다. LGBTQ+ 문화를 안다고 믿었던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박이가 별종인 상황을 맞는 기분이 이런 걸까. 옳다고 믿었던 통념과 오만을 뒤집는 새로운 경험으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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