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욕> 스틸컷
해피송
<정욕>의 주인공은 남과 다른 욕망, 가치관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다. 소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다수의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의 가치가 강한 사회 속에서 다름을 들키지 않고, 의심받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한다.
검사 '히로키(이나가키 고로)'는 최근 아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등교를 거부하자 골치 아프다. 학교 대신 홈스쿨링과 유튜브를 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고 싶다는 아들. 그럴수록 억지로라도 학교를 보내는 게 정상이라며 다그친다. 뭐 하나 부족함 없이 키웠는데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답답하다.
세상의 넘쳐나는 정보는 내일이 기다려지는 사람의 것이라 믿는 '요시미치(이소무라 하야토)'는 내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들 속에 섞여 그런대로 살고 있지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최근 돌아가신 부모님 집에 머물며 간신히 버티던 중 동창 나쓰키와 재회한다.
침구 판매원으로 일하며 또래 여성들과 관심사가 전혀 다른 '나쓰키(아라가키 유이)'는 집에서 물 흐르는 유튜브를 보는 게 제일 좋다. 폭포나 계곡물 흐르는 소리, 다채로운 형태로 퍼지는 물에서 흥분과 안정을 동시에 느낀다. 학창 시절 '후지와라 사토루가 물을 틀어둔 채로 수도꼭지를 훔쳤다'는 신문기사를 듣고 요시미치와 일을 벌였다. 교내 수돗가에서 수도꼭지를 고장 내 함께 물보라를 맞았던 기이한 인연이 있다. 둘은 서로 같은 욕망의 소유자임을 직감했지만 요시미치가 전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