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스>의 한 장면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세련된 의상, 잘 정돈된 주택과 정원, 고급 승용차, 그리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우아한 몸짓.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 중산층 가정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은 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뜻하지 않은 외풍에 의해 한 차례 크게 홍역을 치르게 되고, 이후 숨진 아이의 빈 자리를 파고든 맹목적인 모성이 끈적하게 달라불으며 부지불식간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동안 모성은 본능적인 것이며 그래서 맹목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없지 않았다.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과 능력이 이러한 굴레에 갇혀 상대적으로 외면돼 온 사실을 간과한 셈이다.
극의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다. 영화 <마더스>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온몸을 내맡긴 한 엄마의 맹목적인 모성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강요를 통렬히 비튼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명품 배우의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우며, 60년대의 미국 사회를 세밀히 묘사한 의상과 소품은 또 다른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