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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에 영감준 아빠에 이어... '광풍' 일으킨 딸의 데뷔작

[명반, 다시 읽기] 노라 존스의 < Come Away With Me >

24.05.17 14:15최종업데이트24.05.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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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 대표적 부녀 가수는 누가 있을까? 우선 비단결 같은 음성으로 1940~1950년대 최고 대중 가수로 군림한 냇 킹 콜(Nat King Cole)과 'This Will Be' 같은 히트 싱글을 보유한 나탈리 콜(Natalie Cole)의 부전여전이 있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와 2003년도 < To Who It May Concern >으로 '늦깎이 데뷔'한 리사 마리 프레슬리(Lisa Marie Presley)도 빼놓을 수 없다.

'Don't Know Why'의 목소리와 왕가위 연출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7)에서의 연기 등 다방면으로 예술적 두각을 나타낸 노라 존스의 본명이 기탈리 노라 존스 샹카(Geethali Norah Jones Shankar)인 이유는 그녀가 인도의 현악기 시타르 연주로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에게 영감을 준 인도 음악가 라비 샹카(Ravi Shankar)와 미국 공연 기획자 수 존스(Sue Jones)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노라 존스 데뷔작 Come Away With Me
노라 존스 데뷔작 Come Away With MeBlue Note
 
노라 존스의 전성기는 길었다. 2016년 발매한 < Day Breaks >까지 여섯 장의 정규 앨범 모두 3위 안에 들었다. 그 시작점에 있는 2003년 데뷔작 < Come Away With Me >는 '노라 존스 광풍'을 일으킬 만큼 센세이션이었다. 약 2700만 장 판매고를 거둔 이 음반은 2003년 제45회 그래미 시상식 올해의 음반(Come Away With Me)과 올해의 노래(Don't Know Why) 수상으로 작품성까지 공인받았다.

< Come Away With Me >가 나온 2000년대 초반을 생각해 보자.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y Spears)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엔싱크(NSYNC)와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같은 보이밴드가 강세를 보이던 시대에 노라 존스는 과거 시제를 끌어당긴 고전미를 들고나왔다.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로큰롤을 차용한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백인 뮤지션이 부르는 흑인 음악도 통합에 주요했다. 30년 넘도록 애틀랜틱 레코즈를 이끌어 온 터키계 미국인 아리프 마딘(Arif Mardin)과 제이 뉴랜드(Jay Newland) 같은 베테랑 프로듀서가 젊은 뮤지션을 보필했다.

스물둘 나이가 무색한 완숙미는 재즈와 포크, 블루스 등 미국 음악 뿌리를 자유로이 탐색한다. 앨범 이미지 속 그윽한 눈빛의 노라 존스는 "나와 함께 떠나요"라며 낭만의 타임머신을 제안한다. < Bewitched >로 제66회 그래미 최우수 트래디셔널 팝 보컬을 수상한 중국계 아이슬란드 싱어 레이베이(Laufey)가 노라의 후예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스페인 노라 존스 공연 미국 피아니스트이자 가수, 작곡가인 노라 존스(Norah Jones)가 2012년 9월 23일 스페인 마드리드 콩그레스 팰리스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
스페인 노라 존스 공연미국 피아니스트이자 가수, 작곡가인 노라 존스(Norah Jones)가 2012년 9월 23일 스페인 마드리드 콩그레스 팰리스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의 컨트리 명곡 'Cold Cold Heart'와 20세기 초 미국 대중음악을 책임졌던 작곡가 집단 틴 팬 앨리(Tin Pan Alley)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이 쓴 'The Nearest of You'는 '정통성 되짚기'의 방향성을 확고히 한다. 따라서 노라 존스 판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브로드웨이 연극과 할리우드 뮤지컬, 스탠다드 팝의 명곡 모음집)이라 봐도 좋다. 1939년 설립된 재즈 명가 블루노트 발매작이다보니 재즈의 틀로 해석하려하는 경우가 잦지만 융합물의 한 속성으로 기능했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

자작곡과 리메이크가 균형적이다. 포크 질감의 'Come Away With Me'와 나긋나긋한 소품 'Nightingale'은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한 제시 해리스(Jesse Harris) 작곡의 'Don't Know Why' 만큼 순도 높다. 라비 샹카로부터 물려 받은 선천성과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을 일찌감치 입증했다.
     
언뜻 아이디어로만 머물 수 있었던 재료들은 오랜 음악적 파트너 아담 레비(Adam Levy)의 공력에 윤기 나는 선율과 리듬으로 승격했다. 전기 기타의 빌 프리셀(Bill Frisell)과 드럼의 브라이언 블레이드(Brian Blade) 같은 비르투오소(음악적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들이 예비 슈퍼스타의 비상을 도왔다. 바이올린으로 탱고 매력을 발산한 'I've Got to See You Again'과 슬라이드 기타가 차분히 스며든 'Lonestar' 등 편곡적 매력도 돋보이는 음반이다.

노라 존스는 2024년 3월, 3년 만의 신보 < Visions >를 내놓았다.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리온 미헬스(Leon Michels)가 참여한 이 음반은 사이키델리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상대적으로 보수적 이미지의 아티스트는 환각지대 탐험으로 쇄신(刷新)을 알렸다. 아버지 라비 샹카가 명상적인 인도 현대 음악으로 20세기 월드 뮤직의 한 축이 되었던 것처럼 재즈 보컬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노라 존스에게 < Come Away With Me >는 더할 나위 없는 출사표였다.
노라존스 명반 대중음악 팝송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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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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