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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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야구부의 첫승 도전기
장애인의 날을 지내며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 한때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까지 꼽혔던 강우석 감독의 2011년작, 정재영과 조진웅, 유선, 강신일 등 이름난 배우가 두루 출연하는 <글러브>가 바로 그 영화다.
이야기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55년 설립된 가톨릭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가 2002년 창단한 국내 첫 청각장애인 야구부다. 전국에서 53번째로 대한야구협회에 정식 등록한 고등학교 야구부로써, 제33회 봉황대기부터 전국구 야구대회에도 나가는 등 꾸준히 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야구부에 필요한 최소 팀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렵게 팀을 운영해온 이들의 전성기가 영화 속에 담겼다. 즉 전국대회인 봉황대기에 나서는 이들의 이야기 말이다.
주인공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린 김상남(정재영 분)이다. 류현진 만큼은 아니라도 김광현이며 양현종 같이 전국구 스타쯤은 될 대단한 선수다. LG 트윈스 소속으로 3년 연속 MVP에 최다 연승,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가진 한국 야구의 간판투수였던 그가 이제는 선수자격 박탈이 논해지는 문제 많은 퇴물이 되어 있다.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치고 폭행사건에 휘말려 배트까지 휘두른 김상남에게 팬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엉망진창 퇴물 선수의 코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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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이가 있다. 바로 오랜 친구 철수(조진웅 분)다. 고교 야구부에서부터 절친한 동료였던 철수는 봉화대기 결승전에서 결승점을 내는 슬라이딩 이후 부상을 입고 야구를 그만둔 아픔을 갖고 있다. 그 뒤 철수는 김상남의 매니저로 모든 잡무를 처리해온 것인데, 그 영광의 시대가 끝나고 어느덧 사고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음주폭행이 언론에 보도된 뒤 야구계 인사들을 찾아 머리를 조아린 것도 그의 역할이었고, 겨우 충주성심학교 코치 자리를 얻은 것도 그의 공이었다.
그렇게 김상남은 징계결과가 나올 때까지 충주성심학교의 코치직을 맡는다.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 내려와 매일 같이 사고만 치던 김상남이다. 하루 아침에 성실한 태도를 갖게 될 리 만무하다. 최고의 스타가 코치로 온다는 기대에 들 떠 있던 감독과 선수들이지만 김상남은 전혀 일에 열중할 생각이 없다.
영화는 그런 김상남이 조금씩 야구부원들을 이해하고 진짜 코치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낸다. 성심학교 야구부의 성장 또한 뒤따른다. 형편없던 실력이 조금씩 자라나고 태생적 약점들도 어느 정도 보완된다. 팀이 끈끈해지는 만큼 첫 승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올라간다.
첫승은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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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겠으나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목표이던 첫 승을 이뤄내지 못한다. 봉황대기 같은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이제는 갖기 어렵게 되었다. 정식 경기를 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고등학생 부원들로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터다. 프로진출을 노리는 유망주들 사이에서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경쟁력을 내보이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목표이던 첫 승은 이뤄내지 못했을지라도 그 길에서 의도치 않은 귀하고 중한 것을 얻어냈음을 보이는 것이다. 그건 다름 아닌 학생들의 성장이다. 청각장애 탓에 다른 이들 앞에 저를 내보이길 꺼렸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분노로 가득 찼던 아이들이 서로를 보며 웃는다.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격려하며 친구들을 믿고 의지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 무엇도 당연하지 않다. 협동심, 자신감, 침착함, 끈기, 용기와 같은 것들 모두가 배움과 단련을 통해 얻어진다. 처음부터 자연스레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특히 팀스포츠는 이와 같은 미덕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도전과 좌절, 극복과 성취를 통하여 아이들은 전에 알지 못했던 배움을 얻고 키워간다. 스포츠가 필요한 이유다.
더 많은 도전, 좌절, 극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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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충주성심학교와 같은 장애인 학교는 스포츠팀을 갖기 어렵다. 충분한 학생수를 채우기도 어렵고 팀 운영에 드는 비용 또한 유지하기 어렵다. 영화의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진출한 실업팀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 진로 또한 마땅치 않다. LG 트윈스의 전설적인 선수인 이병규와 같은 이들이 충주성심학교를 꾸준히 후원해왔다는 건 그래서 고무적인 일이다.
<글러브>가 야구영화로, 또 장애인영화로 아주 잘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강우석 감독의 연출은 <글러브>에서도 그 낡음을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후반부 감동을 자아내는 방법이 지나치게 신파적이란 것, 경기에 패한 학생들이 하나같이 무릎을 꿇는 장면이라거나 남녀주인공 사이의 은근한 감정선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 이상 장면을 낭비하는 모습이 모두 그러하다. 절제하고 집중해도 좋았을 진솔한 실화가 감동을 자아내기 위한 장치 속에서 소진되고만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영화의 가치는 분명하다. 여전히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밀려나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스포츠가 필요한 이유를, 그들이 승리를 얼마나 간절히 갈구했는지를, 그 모습이 장애인을 넘어 비장애인에게도 호소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더 많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와 같은 곳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해낸 것처럼 꿈과 낭만, 노력과 성실, 용기와 우정을 피워내는 장면들이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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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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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스타도 감동시킨 청각장애인 학교 야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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