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케이멘즈 랩소디> 포스터.
극단 드림플레이
세 번째 이유는 김재엽 연출의 성실한 취재와 형상화 능력입니다. 이 극의 극본을 쓰기도 한 김재엽 연출은 한예종 연극원 연출과 교수이기도 한데 "50세가 넘어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니 친한 사람들조차 곤혹스러워하는 게 보이더라"라며 웃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본' 시리즈에서도 그랬듯이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이슈들을 찾아내 연구하고 극화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심각한 내용이라도 유머를 섞어 잘 만들면 통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현 세태를 부지런히 반영하죠. 이번 공연에도 국부 파트(이승만을 다룬)에 '건국전쟁'이라는 단어를 첨가한 게 그런 예입니다.
넷째, 역사 지식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집니다. 독립운동에 가담을 했던 기생들 이야기, 평양 고무신공장의 체공녀 강주룡 사건, 이승만, 일베, 신민당사로 찾아간 YH무역 여공들, 운동권 학생들의 남녀 차별 문제까지 시대별로 거론할 만한 다채로운 사건들이 거론되어 역사문화적 지평을 넓혀 줍니다.
이번 공연에서 새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대학 축제 기간 중 이대에 난입해 소동을 벌였던 고대생들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대학 앞에 '민족'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막걸리통을 무소불위의 정의로움처럼 휘두르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유아적이고 확신범적이라 쓴웃음이 났던 것입니다.
물론 모든 남성이나 모든 고대 출신들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엄연히 일어났던 일이고 그걸 장난이나 젊음의 일시적 흥분으로 희화화하는 대신 우리 밑바닥에 그런 선민의식이 제 2의 본능처럼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의심해 보는 게 성숙한 인간의 시작 아닐까 하는 겁니다.
다섯째, 결론적으로 이 연극은 페미니즘을 넘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엔터테인먼트로 풀어낸 유머 담론이라 자꾸 보는 겁니다, 저는. 그러니 여러분도 좋은 말 할 때 이 연극 보세요. 여자친구가 있는 남성에게 특히 권합니다.
두산아트센터에서 4월 21일까지 상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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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출신 작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읽는 기쁨』 등 네 권의 책을 냈고 성북동과 보령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유머와 위트 있는 글을 지향하며 출판기획자인 아내 윤혜자, 말 많은 고양이 순자와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