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2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어쩌면 오늘이 최선일 수도 있을 일
또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리가 우리의 과거를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지난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도 분명히는 알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과거에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좋은 판단이었다 여긴 결정이 우리를 못하게 했고, 또 잘못했다 여긴 선택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폴이 그저 미래만이 아닌 과거까지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었단 건 그래서 파격적이다.
폴은 제 앞에 놓인 수많은 길 가운데 승리에 이르는 길이 아주 좁다고 말한다. 수군을 해체하란 어명에도, 턱없이 열세라는 부하들의 고언에도, 명량해협 울돌목으로 나아가길 선택했던 이순신 장군은 오로지 그곳에만 길이 있다고 여겼던 것처럼. 폴과 같이 미래를 볼 수 없는 우리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고심을 거듭한다. 또 과거의 결정들을 돌아보며 그것이 과연 좋은 판단이었는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만히 지난 선택들을 돌아보다 문득 이런 판단에 이르렀다. 나의 오늘은 어쩌면 이미 좁은 길을 지나온 것이 아닐까, 또 과거로 돌아가 최상의 판단들을 한 결과가 지금의 모습인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어찌되었든, 세상에 수많은 평행우주가 존재하든 아니하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모습은 과거 수많은 선택들이 이끌어낸 결과다. 그 결과가 꼭 최상의 모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켜켜이 쌓인 고민들과 선택 위에 우리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의 모습을 긍정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어제의 나쁨이 오늘의 좋음일 수 있고, 오늘의 좋음이 내일의 나쁨일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와 문학과 삶을 통하여 일찍이 배우지 않았던가. 누구도 폴이 될 수 없다는 건 쉬이 좌절해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과거 최선의 선택을 거듭해온 결과일지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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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