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7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파슬스(Parcels) 내한 공연
Jean Raclet
디스코 사운드로 널리 알려진 밴드지만, 파슬스는 디스코 밴드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 스틸리 댄의 퓨전 재즈는 물론, 얼터너티브 록, 인디 포크,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들의 감성으로 끌어왔다. 'EDM' 같은 곡에서는 파슬스의 펑키한 음악이 제목처럼 일렉트로니카 음악과 조우했다.
'Comingback'에서는 화려한 퓨전 재즈 사운드를 선보였다. 드러머를 둘러싸고 멤버 전체가 잼(즉흥 연주)을 하듯 모여 연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분위기 전환이 듣는 이를 압도했다. 예스 24 라이브 홀은 곡에 따라 휴양지의 해변이 되기도 하고, 베를린의 클럽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며 감사를 전한 파슬스는 능숙하게 공연을 끌어 나갔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면서도 곡 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어떤 한 곡도 붕 뜨지 않고, 공연 전체가 하나의 앨범처럼 부드럽게 이어졌다.
"가사를 몰라도 괜찮다"는 밴드의 멘트가 보여주듯, 밴드는 어떤 관객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가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춤을 추고 박수를 칠 수 있도록 유도했다. 'Bemyself' 같은 곡에서서 관객들은 파슬스 멤버들을 따라 'Be myself', 'Free myself' 를 외치며 찰나의 평화를 만끽했다. 관객과 아티스트의 일체화가 벌어졌다. 열광적인 분위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고, 밴드가 퇴장하기도 전에 앵콜 요청이 이어졌다. 파슬스는 앵콜곡을 마지막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영국의 음악 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자신의 저서 <레트로 마니아>에서 "대중문화가 과거에 중독됐다"며 레트로 문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대중문화가 과거에 대한 경의를 표할수록 창조성은 떨어져 간다는, 레이놀즈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파슬스처럼 과거의 유산을 멋지게 조합한 밴드의 공연은, 그런 언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공연장을 나서는 길에도 흥겨운 리듬 기타가 귀 속에서 맴도는 듯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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