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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처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첩보물
< 007 > 시리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첩보물이다. 액션이나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함몰되지 않고 나름의 경계를 이루어 제 장르를 개척한 첩보물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시리즈라 해도 좋다. 그 역사 또한 무척이나 길어서 첫 영화 < 007 살인번호 >가 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반세기도 훌쩍 더 지난 1962년이다. 기자 출신 작가 이언 플레밍이 12편에 걸쳐 낸 소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그 원작을 이룬다.
그로부터 반세기 동안 < 007 > 시리즈는 첩보물 인기의 중추를 이뤘다 해도 틀리지 않다. 전후 미국과 소련을 축으로 한 체제경쟁 가운데서 전면전보다는 각국 정보요원 및 간첩들의 활동이 중요해진 영향이 없지 않을 테다. 특히 미국 CIA가 중미와 남미,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벌인 여러 작전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며 첩보영화에 대한 관심 또한 갈수록 늘어나게 됐다. 이로부터 CIA와 구소련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 영국의 MI6까지를 소위 4대 첩보기관이라 하여 영화에 자주 등장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무려 20편에 이르는 시리즈가 참신함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숀 코너리와 데이비드 니븐,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르는 제임스 본드 역 배우의 변화 또한 시리즈가 낡아가는 흐름을 막아내지 못했다. 특히 제작진은 색이 발해가며 위기감이 두드러질수록 전과 다른 색깔을 내는 대신 과거 전성기를 복원할 수 있는 새 피를 수혈하는 데 급급하는 선택을 했다. 늙어가는 배우를 조금 어린 배우로 대체하는 것뿐, 변화하는 시대상과 취향을 맞춰내는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리즈 존폐의 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