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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면 죽는다... 숨죽이게 만드는 영리한 스릴러

[김성호의 씨네만세 649] <콰이어트 플레이스>

24.02.26 10:43최종업데이트24.02.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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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은 영화의 성공을 내보이는 요소 중 하나다. 속편이 나왔다는 건 작품이 상업적 성취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그 설정을 이어받아 후속작을 제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제작자에게 불러일으켰음을 뜻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고 아이디어가 기발하여 후속작을 만드는 부담이 없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속편은 영화산업에 큰 보탬이 되기도 한다. 한 해 수백에서 수천 편의 영화가 개봉하여 언제나 소재고갈에 허덕이는 영화판에서 안정적으로 수준급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댈 구석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마케팅 측면에서도 전작을 좋게 본 관객들이 후속작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 여러모로 부담이 덜하다. 그로 인하여 성공한 시리즈는 적게는 두어 편, 많게는 십 수 편까지 속편을 이어가며 나름의 세계관을 형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속편은 장르를 타기도 한다. 비교적 비슷한 구성으로 이어가기 좋은 코미디와 공포가 시리즈물에 친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세기 말, 미국의 전설적 시리즈 <나이트메어> < 13일의 금요일 > <할로윈> 같은 작품들은 무려 10여 편이 넘는 후속작을 내놓으며 수많은 공포마니아를 양산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다시 수준급 작가들이 공포물 시장에 진입하니 시리즈의 성공은 산업의 호황과도 긴밀히 엮여 있는 것이다.
 

▲ 콰이어트 플레이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리즈 세계관 안착시킨 기념비적 작품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경계를 넘어 시리즈의 첫 문을 열어젖힌 작품이다. 올 여름 3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시리즈는 지난 2018년, 어느덧 할리우드의 돋보이는 재능으로 평가받게 된 존 크래신스키의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영국 유명배우 에밀리 블런트의 남편이란 것 말고는 내세울 것 없던 그이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성공과 시리즈의 안착으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인 커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을 만큼 의미 깊은 작품이 됐다.
 
존 크래신스키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았고, 에밀리 블런트 역시 그의 아내 역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했다. 두 사람이 부부를 연기했고, 그들의 네 아이까지가 출연하는 배우의 거의 전부라 해도 좋겠다. 딱 한 번 외출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노인과 이미 죽어버린 그의 아내 정도가 출연진의 전부이므로, 영화는 출연진에서부터 제작비를 크게 절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특출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릴러가 으레 그렇듯, 영화는 제한된 공간과 정해진 출연진을 한껏 활용해 제약을 도리어 특장점으로 바꿔내는 선택을 한다. 시리즈 제작을 감안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의도되었을 선택으로, 이미 성공한 여러 시리즈가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것이다. 특히나 이런 류의 장르영화에서 에밀리 블런트라는 이름난 배우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래신스키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도움이 되었을 테다.
 

▲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흉측한 괴수
 
이야기는 미국 어느 농가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드넓게 펼쳐진 옥수수밭 가운데 서 있는 집은 마치 요새처럼 꾸며져 있다. 집 앞 널찍한 공간 가득 노란 전등이 달려 있고, 주변 곳곳을 CCTV가 감시한다. 물과 식량까지 충분히 구비된 이 집에서 가족들은 마치 농성하듯 긴장하고 살아간다.
 
이미 세상은 엉망진창이 된 뒤다. 손짓 한 번이면 인간을 찢어발길 수 있는 무지막지한 괴수가 세상을 나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은 진즉에 무너진 듯 보이고, 주변에는 도움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괴물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시각 대신 청각으로 외부세계를 인지하는데, 그 놀라운 지각능력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수백 미터 바깥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도 이를 알아챌 만한 민감함으로 주인공 가족을 괴롭힌다. 어쩌다 실수로 집 안에서 접시라도 깨면 괴물이 달려올까 노심초사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영화는 단박에 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관객에게 주입한다. 다름 아닌 오프닝 시퀀스, 십여 분의 에피소드에서 이 가족은 저들의 막내아이를 잃는 것이다. 읍내 마트에 약을 비롯해 몇 가지 물건을 구하러 나갔던 길, 철없는 아이가 장난감을 챙겨 돌아오다 사고를 친다. 집까지 돌아오던 중에 챙겨두었던 비행기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어 작동시키고 만 것이다. 장난감이 내는 소리를 듣고 멀리서 괴수가 달려오고 가족은 눈앞에서 저들의 귀여운 막내를 잃고야 만다. 신음도, 비명도, 울음도 없는 채로.
 

▲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단순하지만 영리한 할리우드 시리즈
 
이후는 괴수로부터 거듭 고통 받는 가족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장르물의 특성상 긴장은 고조되고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고, 한 번의 실수가 괴물의 침투로 이어진다. 남편이 가족을 지키고 아내가 그를 보좌하며 아이들이 성장하여 제게 주어진 역할을 완수한다는 미국의 가족주의적 주제의식이 충실히 실현된다. 희생과 책임, 성장과 분투 모두가 사회의 최소단위인 가족의 안녕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가족주의적 메시지는 전처럼 고루하다기보다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단순하지만 영리한 영화다. 소리의 부재로부터 긴장을 이끌어내는 솜씨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떠올리게 하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얼마든지 극적 재미를 자아낼 수 있음은 시드니 루멧의 < 12인의 성난 사람들 >을 연상케 한다. 즉 영화는 할리우드의 산업이 과거로부터 오늘로 이어져오는 동안 그 유산을 건강히 이어받았음을 증명한다. 또한 그 사이 변치 않는 가족주의적 메시지가 건재함을 보이고, 영화산업의 제일가는 미덕인 재미는 오히려 발전했음을 입증한다.
 
그 결과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잘 만들어진 시리즈는 비록 옛 메시지를 반복한다고 할지라도 오늘의 방식으로 새로이 만들어져 관객 앞에 내놓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영화가 의미 없는 작업이라 폄훼할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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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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