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드플레이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가 수록된 앨범.
워너뮤직코리아
21세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명성을 떨친 콜드플레이(Coldplay)의 걸작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는 우선 이 라디오헤디즘을 전 세계에 강력하게 설파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빌보드 앨범 차트 5위에 오른 이들의 상업적, 범지구적 성공은 라디오헤드식 감성주의 록을 대중에게 전도하는 기점이 되며 이후 팝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바꿨다.
미츠키(Mitski), 닐뤼퍼 얀야(Nilüfer Yanya) 등 인디 록 아티스트들부터 얼터너티브 열풍을 이끈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나 로드(Lorde), 멀리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와 같은 흑인음악 혁명가들까지, 이 모든 범장르적 흐름의 뿌리에 콜드플레이와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단순히 흐름의 전달자 역할에 머물렀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데뷔작 < Parachutes >의 서정적 팝 록을 더욱 정밀하게 세공하여 발전시킨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는 묵직하게 몰아치는 선율로 록의 시대 종말 이후 록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했다. 원리퍼블릭(OneRepublic)이나 1975, 하임(HAIM) 등 수많은 대중 지향적 팝 록 밴드들에게 분명한 귀감이 된 셈이다.
이 은은하면서도 큼지막한 파도는 거꾸로 록이 팝 쪽에 흡수되는 과정에도 영감을 주었다.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가 자랑하는 피아노와 보컬, 기타 중심의 부드러운 진행은 테일러 스위프트, 해리 스타일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팝 발라드의 전형으로 연결됐고, 이는 팝 시장의 주류를 구성하는 데 큰 기여가 됐다.
흔들림 없는 완성도와 작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