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는 BBC선정 21세기 최고영화 2위에 선정되는 등 왕가위 감독 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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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등장했던 애틋한 홍콩의 멜로영화
2000년대 들어 그 위상이 많이 꺾이긴 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 영화시장을 주름 잡았던 홍콩영화는 크게 오우삼 감독과 주윤발로 대표되는 누아르 영화와 고 이소룡과 성룡, 이연걸이 주도했던 쿵푸액션영화로 양분됐다. 여기에 주성치라는 걸출한 '희극지왕'이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홍콩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멜로 영화도 꾸준히 관객들을 만났다.
여성감독 정완정이 연출한 1987년작 <가을날의 동화>는 '영원한 따거' 주윤발의 멜로연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약 10년 동안 짧게 활동하고 은퇴한 배우 종초홍의 대표작이기도 한 <가을날의 동화>는 엇갈리는 두 남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대서양이 보이는 바다에서 식당을 차린 선두척(주윤발 분)이 제니퍼(종초홍 분)와 재회하는 엔딩은 <가을날의 동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1987년 <가을날의 동화>를 연출했던 정완정 감독은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998년 '홍콩 4대천왕' 중 한 명인 여명과 대만출신 여성배우 서기를 캐스팅해 또 하나의 멜로영화 수작 <유리의 성>을 선보였다. <유리의 성>은 국내에서 홍콩영화의 침체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도 서울관객 12만 명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가수활동도 병행하던 여명이 직접 부른 OST 'Try to Remember'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7년에 제작돼 국내에서 1998년에 개봉했던 금성무(카네시노 타케시), 곽부성, 진혜림 주연의 <친니친니: 안나마덕련나>는 음악을 소재로 세 남녀의 삼각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중반 이후 내용이 복잡해지면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좋은 음악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긴 멜로영화였다. 특히 진혜림 버전의 감미로운 'A Lover's Concerto'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접속> OST 버전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홍콩 연예계 최대 흑역사 중 하나로 꼽히는 지난 2008년 옛 연인과의 동영상 및 사진 유출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장백지는 장만옥의 뒤를 잊는 청순가련 여성 배우였다. 특히 1999년에 출연했던 <성원>은 시각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남자주인공 양파(임현제 분)와 상냥한 간호사 초란(장백지 분)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린 멜로영화다. <성원>으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장백지는 이후 한국영화 <파이란>에 캐스팅됐다.
BBC 선정 21세기 최고영화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