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스틸 컷.
미디어캐슬
각자의 시선마다 달리 보이는 사건
그는 다소 거친 눈빛과 말투로 오해를 사기는 하지만 품성이 나쁘진 않은 교사다. 아이들을 돌보고 걱정하는 마음은 다른 교사들에 뒤지지 않고, 성실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줄도 않다. 그가 걸스바가 있는 거리를 세련된 애인과 함께 걷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그가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 다닌다며 소문을 낸다. 그 소문을 비단 아이들만 믿는 것도 아니다. 동료 교사, 심지어는 사오리의 귀에까지 들어가 호리 선생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호리가 나서 제 이미지를 바로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성실히 학급 일을 돌보려고 하지만, 일은 제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호리가 맡고 있는 교실에는 이따금 소동이 있다. 그때마다 호리의 눈에 띄는 건 미나토다. 누가 보아도 착하고 귀여운 아이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를 미나토가 자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호리가 나서 둘을 화해시키기도 했지만, 다시금 요리가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에서 호리를 보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이야기는 학교폭력을 문제 삼는 사오리 앞에서 결백한 호리가 억울하게 사과를 하게 되는 장면까지 나아간다. 그는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교장과 동료 교사들이 나서 학교를 위해 희생하라고 압박하는 데야 방법이 없다. 결국 그는 제가 하지 않은 잘못을 고백하고,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까지 되며 폭력교사로 매도되기에 이른다.
이쯤이면 관객은 두 가지 억울함에 공감하게 된다. 하나는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했으나 누구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사오리의 사연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하지도 않은 학교폭력이 제 책임이라고 고백하고 억울한 대가를 치르는 호리의 사연이다. 그로부터 영화는 감춰졌던 진실을 관객 앞에 드러낸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진실을 확인하려 든다. 사오리의 아들을 괴롭힌 이가 누구인지를, 호리를 억울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 한다. 도대체 얼마나 간악한 자이길래, 어떤 악한이기에 열심히 사는 싱글맘과 청년 교사에게 이같은 고난을 내리는가를 확인하고 응징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앞에 진실이 드러날 때 관객은 영화 속 사오리와 호리가 그렇듯 쏟아지는 빗속에서 저의 무능과 오만을 실감하게 된다.
▲괴물스틸컷
미디어캐슬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영화가 드러낸 뒷이야기는 이렇다. 호리의 학급엔 교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나서 요리를 괴롭혔고 그의 유일한 친구인 미나토는 감히 나서지 못했다. 그가 괴롭힘을 당할수록 괴로워지는 것은 미나토가 갈수록 요리를 좋아하게 됐던 탓이다. 친구,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말이다.
사오리가 의심했던 많은 일들은 미나토가 요리와 저들만의 아지트에서 놀며 생겨난 것이었다. 사오리를 충격에 빠뜨린 미나토가 차에서 뛰어내린 일은 제가 바라는 건 미나토가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것뿐이란 저의 말이 그에겐 감당키 어려운 족쇄가 되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찾았던 문제가 실은 저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간은 감당하긴 커녕 알아채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학급을 담임하면서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교사와, 어느덧 진실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다 여기며 아이들이 아닌 학교 그 자체를 붙들고 사는 교장 같은 이들의 모습 또한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사오리와 호리, 교장선생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영화가 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실은 진흙 속에 파묻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오해는 쌓이는 먼지처럼 자연스레 진실을 파묻고는 한다. 오만은 인간의 본성인양 부족한 이해로써 세상 모두를 재단한다. 그 가운데 사라지는 귀한 것이 오로지 영화 속 요리와 미나토의 마음만은 아닐 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누군가에겐 괴물, 누군가에겐 사람... 폐부 찌른 이 영화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