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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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은 함께 시작한 두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나의 해피엔드>에서 모두 주인공을 절망하게 만든 이들이 가장 의지했던 남편과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위암으로 죽어가던 강지원과 달리 <나의 해피엔드> 주인공 서재원은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가구 브랜드의 CEO이자, 이 시대 여성들의 롤 모델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웹툰 원작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달리 2020년 방송콘텐츠진흥재단 드라마 극본 공모전 '제12회 사막의 별똥별 찾기' 대상 당선 작가인 백선희씨가 극본을 썼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어머니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몰렸던 여성이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그 절정의 순간 드러나기 시작한 균열에 주목한다.
드라마 초반 서재원은 모든 걸 다 가진 행복한 사람처럼 보인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자 산업 디자인과 교수이지만 며칠씩 집을 비우며 사업에 골몰하는 아내를 내조하는 남편 허순영(손호준 분)과 자신의 오른팔이자 든든한 동지인 디자인 팀장 윤테오(이기택 분), 늘 한결같은 친구 권윤진(소이현 분)이 있다. 여기에 친모의 부재에도 한결같이 그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계부 서창석(김홍파 분)까지.
하지만 7년간 재원을 괴롭혀온 스토커의 도발로 시작된 안온했던 일상의 균열은 그녀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물음표를 던진다. 친아버지같던 계부는 어쩌면 친모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윤진은 불륜 관계다. 거기에 믿었던 윤 팀장이 스토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드라마는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던 여성의 삶에 '메스'를 댄다. 그리고 이 균열은 빠르게 서재원을 아노미 상태에 빠뜨린다. 과연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 건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애초에 '사상누각'이었던 삶일까.
공교롭게도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 가장 흥미로운 소재, 내 절친과 남편의 불륜이라는 소재로 <나의 해피엔드>와 <내 남편과 결혼해줘> 모두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로 좋은 출발을 이끌었다. 과연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 두 드라마가 모두 여성의 자아 찾기로서 인생 2회 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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