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트 원티드 맨스틸컷
드림웨스트픽쳐스
일상의 평화 아래 수많은 협잡이 존재한다
군터는 함부르크에서 오랫동안 테러리스트 조직을 노려왔다. 그 조직엔 은밀히 감춰진 자금책이 있는데, 유명 목회자로 알려진 닥터 압둘라가 바로 그 자금책이라고 군터는 의심한다. 그러나 마땅한 증거 하나도 나오지 않아 손을 대지 못하던 중 이사가 그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슬람 문화와 친밀한 젊은이가 막대한 자금을 갖고 있다면 테러조직이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군터가 조금 손을 대서 접근을 하도록 할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러나 군터의 계획은 여유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미국 정보기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사에 대한 정보를 포착하고 그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을 표방하며 이슬람에 대한 극심한 반감을 가진 미국 조직이 이사의 신병을 확보하면 모든 계획이 틀어질 밖에 없는 일이다. 군터의 팀이 쫓기듯 달려들 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는 이사가 모두의 생각만큼 악한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역시 폭력의 희생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의 변호사 애너벨부터가 그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굳은 표정의 군터 또한 전과 달리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로부터 군터는 그가 다치지 않으면서도 테러조직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골몰하고, 그 계획은 그의 작업이 언제나 그러했듯 버겁고 불완전한 환경 가운데서 실행되게 된다.
▲모스트 원티드 맨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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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영화를 끌어올리는 법
수면 위에선 평화롭지만 물 아래에선 온갖 협잡이 자행되는 정보조직 간의 대결을 영화는 총 한 발, 주먹 한 방 없이 긴박하게 끌어간다. 밀도 있는 드라마 가운데 첨예한 긴장이 유지될 수 있는 데는 시종일관 카메라의 얼굴이 담기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독보적 연기가 결정적 역할을 해낸 덕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영화는 한 배우가 영화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본과도 같은 작품이다. 엄청난 긴장과 압박 가운데서도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그가 마침내 폭발하는 순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좋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또 업은 지속된다. 마음처럼 되는 것이 열에 채 한둘이 되지 않는 삶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더 나음을 위하여 생을 지속하는 이들이 이 세계에 조금은 남아 있음을 이 영화가 내보인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죽음은 불행한 일이다. 특히나 톱스타의 예기치 않은 죽음은 최근 한국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충격이 남다를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작품이 세상에 남아 오늘의 관객 앞에 꾸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특별한 힘을 가진 이와 같은 영화가 세상사 수많은 고통 가운데 무너져가는 이들에게 귀한 무엇을 전할 수 있다는 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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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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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영화를 어디까지 살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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