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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급조' 커플? 이렇게 사랑해도 괜찮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연말 선물 <로맨틱 홀리데이>

23.12.30 10:19최종업데이트23.12.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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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계획한다는 의미에서 연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설레는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가장 큰 휴일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까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한다. 각 기업에서는 연말이 되면 연인 고객들을 겨냥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각종 이벤트들을 주최하고 맛집과 유명 관광지, 숙박업소 등은 예약이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곤 한다.

사실 어딜 가나 많은 사람이 몰리는 연말 시즌을 혼자 보내는 것만큼 쓸쓸한 일도 없다. 따라서 연말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함께 보내기 위해 급조(?)된 커플들이 대거 생기곤 한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내며 더욱 돈독한 연인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연말 보내기'라는 급한 미션을 해결한 후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가을까지 잘 지내다가 정작 겨울에 이별을 하면서 추운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역시 연말 시즌을 앞두고 연인과 헤어지고 짝사랑하는 남자의 약혼 소식을 접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맨틱 홀리데이>의 장르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홀리데이>의 두 주인공은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찾은 새로운 나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서 연인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솔로 관객들을 더욱 외롭게 한다.
 
 <로맥틱 홀리데이>는 국내에서도 연인관객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으며 130만 관객을 동원했다.
<로맥틱 홀리데이>는 국내에서도 연인관객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으며 130만 관객을 동원했다.UIP 코리아
 
섬세한 이야기에 특화된 작가 출신 감독

김은희 작가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장항준 감독과 <신세계> <마녀>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감독과 작가의 경계가 비교적 확실하게 구분된 할리우드에서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만든 노라 애프론 감독처럼 작가 출신 감독들이 종종 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 역시 감독 데뷔 전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먼저 주목 받았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1980년 골디 혼 주연의 전쟁 코미디 영화 <벤자민 일등병>의 각본을 쓴 마이어스 감독은 이 작품으로 미국감독조합 코미디부문 각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화해할 수 없는 사이> <베이비 붐>의 각본을 쓴 마이어스 감독은 <신부의 아버지1, 2>와 <사랑의 특종> 등 가족물과 로맨스 영화의 각본을 쓰며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1998년 데니스 퀘이드와 린제이 로한이 부녀로 나오는 <페어런트 트랩>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마이어스 감독은 2000년 멜 깁슨과 헬렌 헌트 주연의 중년 멜로 <왓 위민 원트>를 연출했는데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왓 위민 원트>는 세계적으로 3억 74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마이어스 감독은 2003년에도 잭 니콜슨과 키아누 리브스, 다이안 키튼, 아마다 피트 주연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연출해 2억 65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을 견인했다.

그렇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으로 자리 잡은 마이어스 감독은 2006년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과 <미녀 삼총사> 시리즈의 캐머런 디아즈 주연의 신작 <로맨틱 홀리데이>를 선보였다. 두 주인공이 휴가기간 동안 집을 바꿔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내용의 <로맨틱 홀리데이>는 북미에서 6300만 달러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도합 2억 500만 달러의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2009년 <사랑은 너무 복잡해> 이후 한동안 신작을 내지 않았던 마이어스 감독은 2015년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신작 <인턴>을 연출했다. <인턴>은 70세의 노인이 30세 여성 CEO가 이끄는 패션기업에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제작비의 5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린 <인턴>은 국내에서도 3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집 바꾼 두 주인공의 로맨스와 성장
 
 고전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현대극의 발랄한 영국여성을 연기했다.
고전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현대극의 발랄한 영국여성을 연기했다.UIP 코리아
 
아무래도 연말 시즌에는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의 영화보다는 편하게 웃을 수 있거나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족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연말 시즌에 유독 사랑을 받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로맨틱 홀리데이>는 개봉 시점을 아주 잘 잡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물론 북미 현지에서는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고 노골적으로 가족 코미디를 지향한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격돌해 다소 고전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연인과 헤어진 아만다(캐머런 디아즈 분)와 짝사랑하던 남자의 약혼소식을 들은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분)가 '홈 익스체인지 휴가' 사이트를 통해 집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실 한국인의 정서에서 생각하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내 집을 맡긴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만다와 아이리스는 삶의 변화를 위해 기꺼이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중 달달한 멜로 분량은 아이리스의 오빠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그레엄(주드 로 분)과 끝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 사랑을 나누는 아만다 쪽에 집중됐다. 물론 아만다는 그레엄이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주변에 여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게 당황했지만 결국 영국남자 그레엄과의 '장거리 연애'를 선택했다.

아만다가 아이리스의 집에서 그레엄과 달달한 사랑을 나눌 때 아이리스는 아만다의 집에서 내면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아이리스는 LA에 와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제스퍼(루퍼스 스웰 분)의 어항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약혼 상태에서 자신과 바람을 피우자는 제스퍼의 황당한 제안에 "이 뒤틀리고 해로운 우리 관계는 완전히 끝났어!"라는 말과 함께 제스퍼를 쫓아내고 해방감을 느끼며 관객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주연배우들의 라인업도 훌륭하지만 영화 중간에 스치고 지나가는 카메오들의 면면도 대단히 화려하다. 영화 예고편 제작자 아만다가 만든 영화 예고편의 주인공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해리 역으로 유명한 제임스 프랑코와 마이어스 감독의 데뷔작 <페어런트 트랩>에 출연한 린제이 로한이었다. 이이리스와 마일스(잭 블랙 분)가 DVD를 고르는 장면에서는 더스틴 호프먼이 두 사람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치명적인 매력과 핸디캡 공존하는 꽃미남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주드 로는<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딸 두 명을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 역할을 맡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주드 로는<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딸 두 명을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 역할을 맡았다.UIP 코리아
 
<셜록 홈즈> 영화판에서 존 왓슨, <해리포터>의 번외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중년의 덤블도어 교수를 연기한 주드 로는 20대 시절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잇는 꽃미남 배우로 명성이 자자했다. <로맨틱 홀리데이>에서는 밤에는 언제나 술에 취해 있는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 역을 맡았는데 그레엄은 2년 전 아내를 잃고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만다는 그레엄의 핸다캡까지도 이해하고 그와의 사랑을 선택했다.

잭 블랙이 연기한 마일스는 아만다의 전 남친 이단(에드워드 번즈 분)의 짐을 가지러 아만다의 집에 왔다가 아이리스를 만났다. 유쾌한 성격의 영화음악 감독 마일스는 아이리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 주면서 그녀와 점점 가까워졌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잭 블랙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와 <스쿨 오브 락> <킹콩>을 통해 한창 인지도를 올릴 때 출연했던 영화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사실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아이리스의 진짜 상대역은 마일스가 아닌 고 엘리 월러치가 연기했던 아더였다. 아더는 과거 할리우드 황금기의 시나리오 작가로 아이리스에게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 당당히 인생의 주연이 돼야 하는데!"라고 독려한다. 아더의 격려로 힘을 얻은 아이리스는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아더의 재활을 책임지면서 아더가 행사장의 단상에 보호기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홀로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로맨틱홀리데이 낸시마이어스감독 케이트윈슬렛 캐머런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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