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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슈거맨을 찾아... 다시 불러내고자 합니다

[B메이저 - AZ 록 여행기] 메이저 취급을 받아 마땅한 아티스트들이 일궈낸 명반들

23.12.07 17:15최종업데이트23.12.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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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여행과 다를 바 없다. 어떤 시대 어느 국가의 수많은 도시의 수많은 명소 중 갈 곳 찾기와 어느 시기 수많은 밴드의 수많은 앨범의 수많은 곡 중 좋아하는 곡을 고르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둘 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껴 뇌 깊숙한 곳에 인상을 남겨둔다. 이따금 기억의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 보게 된다.
 
여기에는 선택과 취향, 어느 정도의 우연이 개입된다. 하필 그곳에 가게 된 일과 하필 그 음반을 듣게 되는 일이 순전히 자신 의지대로만 되겠나. 어떤 때에는 공교롭지만 느닷없이 잘 맞아떨어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적 신의 개입이 있나 싶기도 하다. 감히 데우스를 자처하지 않겠지만, 그 우연에 조금이라도 기여해 보고 싶어 연재를 시작한다.
 
여행을 가려고 지도를 펼쳤을 때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려고 할 때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신문과 방송에 나온 유명한 곳과 음반을 들었다. 어느 때부터 포털과 유튜브 선정 여행지와 음반이 기준점이 되고 있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 '천편일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이라거나 미국 잡지 <롤링스톤>의 '500대 록 명반',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음반 1001> 책 등이 그렇다.
 

LP들 ⓒ 최우규

 
천편일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좋은 음반과 노래는 누가 리스트를 만들어도 꼭 들어가기 마련이다. 록 음반 리스트를 만들 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뺄 수 있겠나. 재즈 음반 리스트에도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나 빌 에번스(Bill Evans)가 꼭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행안내 책자 책을 들춰보면 이탈리아나 프랑스 명승지, 스위스 융 프라우, 미국 요세미티 공원을 실어놓는다.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래도 뭔가 참신한, 색다른, 아니면 나만의 것을 찾고 싶은 이들도 있다. 문제는 무작정 아무 역에서나 내릴 수 없다. 아무 음반이나 걸리는 대로 사서 들을 수도 없다. 부유하고 건강한 은퇴자라면 못 할 일도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못한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내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다. 그래도 발품을 팔 의지가 충만해 있고 자신의 취향을 찾고자 하는 이를 위한 가이드는 필요해 보인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유명 맛집이 아니라,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동네 맛집 리스트.
 
이 연재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탈리아 로마나 프랑스 파리, 미국 워싱턴보다는 라트비아의 유르말라, 몰타 임자르, 미국 유타 같은 곳을 다룰 예정이다. 너무도 유명하고 너나없이 좋다는 곳 말고, 특유의 향취를 가진 곳이다.
 
빌보드 차트에 수주 혹은 수개월 동안 올라 명성을 떨어 울린 음반은 많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아티스트는 드물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마이클 잭슨,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이들은 이 연재 말고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대신 더 알려졌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주로 세우겠다. 아쉬움은 필자 기준이다. 물론 음악계와 평단에서 인정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 주위에는 유명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최고의 미드필더 앞에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있듯. 이를테면 에릭 클랩턴(Eric Clapton)의 오랜 친구이자 건반 주자인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연주와 곡만 놓고 봤을 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블루스 록 밴드 텐 이어스 애프터(Ten Years After) 같은 이들이다.

'인생 아티스트'를 조우하길
 

CD들 ⓒ 최우규


연재 제목이 'B메이저'인 이유는 이렇다. LP를 들을 때 A면이 B면보다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음반을 만든 이들은 그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다. 대중 기호에는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곡을 B면 두, 세 번째에 넣는다. B면은 A면 못지않다.
 
또 소개할 이들은 연주나 작·편곡, 노래에서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선곡이나 프로듀싱도 뛰어나다. 마이너가 아니라 메이저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메이저다.
 
성공에는 여러 요소가 골고루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게 운이고 대중의 기호다. 다른 때에 나왔거나 다른 곳이었다면 인기를 끌었을 것도 있다. 그렇지 못했기에 인기몰이를 못 했다. 그런 이들을 다시 무대에 불러내고자 한다.
 
197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 싱어 송 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Sixto Rodriguez)는 당대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로드리게스 자신도 몰랐지만. 음반이 나온 지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남아공 팬들은 로드리게스를 찾아내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런 내용이 2012년 아카데미 상을 탄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 담겨 있다. 제2, 제3의 로드리게스를 찾아보려는 이들에게 이 연재가 어느 정도 유용하길 바란다.
 
이미 유명하고 잘나가는 아티스트와 음반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데 굳이 그런 음반까지 찾아 들어야 하나? 앞서 쓴 것처럼 선택과 취향의 문제다. 블록버스터 영화만 찾고 베스트셀러 책만 읽는 이도 있다. 반면 인디 무비에 꽂히거나, 선수들끼리 돌려 읽는 책을 파고드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취향이 강하게 개입돼 있다. 기본적으로 1970, 80년대 영미권 록 음악을 좋아한다. AZ 록은 'A부터 Z까지 모든 록'을 다뤄보고자 하는 담대한(혹은 무모한) 뜻과 '아재(굳이 성별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담아보겠다는 취지다.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의 <인켄테이션스(Incantations)>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의 <666>, 매칭 몰(Matching Mole)처럼 아방가르드에 속하는 음반은 제외했다. 음식으로 따지면 산낙지나 취두부, 청어 절임 '수르스트뢰밍' 같다. 처음 먹기 힘들고 맛 들이기는 어렵지만, 맛을 알면 끊기 힘들다. 그런 음반은 이 연재에 익숙해진 이들이 스스로 찾아 듣기 마련이다.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우연히 내린 간이역에서 '인생 샷'을 찍거나 '인생 맛집'을 찾듯, 이 연재에서 록 애호가에 접어든 누군가가 '인생 아티스트'를 조우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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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 연설기획비서관을 했다. 음반과 책을 모으다가 시간, 돈, 공간 등 역부족을 깨닫는 중이다. 2023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룬 책 <대통령의 마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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