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포스터
시네마달
다큐가 건져낸 진주의 큰 어른
<어른 김장하>는 이 같은 인식에 '아니오'라고 외치는 영화다. 아직 세상엔, 이 나라엔, 어느 도시엔 어른이라 부를 사람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어른이 실종된 세상에 어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알리는 지표가 되어주는 작품이며, 그와 같이 살려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다. 제목에서 말하듯, 김장하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장하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런 이에게 주목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김장하 선생 스스로가 자신이 알려지는 걸 극구 꺼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MBC 경남이 2부작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방영했고, 이를 재편집해 한 편의 극장 개봉영화로 만든 것이 <어른 김장하>가 되겠다.
김장하는 1944년생으로 올해 일흔아홉이 된다. 그는 한약재로 약을 짓는 한약사로 평생을 살았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졸업한 뒤 삼천포에서 한약방 점원으로 일하며 공부한 끝에 한약사 자격을 얻고, 사천을 거쳐 진주에 터를 잡고 한약방을 50년 동안 운영한다. 약이 싸고 잘 듣는다고 소문이 나며 남성당한약방은 대단한 성공을 누렸다. 선생은 그로부터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교육과 언론, 문화 등 다방면에 폭넓은 관심을 두었다.
영화는 지역언론에서 퇴직한 기자 김주완이 선생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과거 선생에 대한 기사를 쓴 일이 있다는 김 기자에게 김현지 감독이 연락하여 함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지 않겠느냐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다. 수많은 언론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해온 선생에게 말을 붙여보려 시도하지만 영 먹혀들지 않은 모양이다. 시행착오 끝에 영화가 택한 건 주변인을 인터뷰하기. 진주를 아는 사람치고 선생을 모르는 이가 많지 않으니 하나하나 찾다 보면 더 깊은 곳으로 돌입하리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