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인> 스틸컷
영화사 진진
영화는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영화 속 인물 기홍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를 자기 객관화하게 된다. 괴인은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다. 호감, 비호감을 넘나드는 내 모습, 누구나 타인에게 괴인이 되고야 마는 상황을 열거한다.
기홍이 사장일 때는 나이 많은 직원을 하대하지만, 집주인 앞에서는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피아노 교습도 선생에게 관심 있어 늘 조심스럽지만, 일회성 만남이었던 여성에게는 대담하게 행동한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님 앞에서는 듣기 싫다고 나가버리는 아들이지만, 갈 곳 없어 떠도는 소녀 앞에서는 마음 쓰여 차비를 쥐여주는 따스한 아저씨다.
혹시 인테리어라도 맡길까 싶어 현정의 친구 비위까지 맞춘다. 카페 투어도 군소리 없이 다닐 정도로 절박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세도 충만한다. 며칠째 일감이 없어 본가에 가겠다는 경준에게는 쓴소리를 쏘아댄다. 기홍처럼 누구나 이중적인 면을 가진 이상한 사람이다. 누군가와 관계 맺느냐에 따라 달라질뿐더러 상황에 맞게 나를 쪼개어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가족, 친구, 연인, 혼자일 때 나는 각자 다르지만 결국에는 나다.
이는 기홍, 정환, 현정이 사는 집 구조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두 집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구조다. 혼자이고 싶지만 함께일 때가 그립고, 많이 모여 있을수록 부담스러워 독립하고 싶은 인간의 이중성, 좋았다가도 나빠지기도 하는 관계의 희로애락을 되짚어 보게 한다.
영화는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을 136분 동안 나열한다. 딱히 줄거리라고 요약할 만한 상황이 못된다. 기홍이 몰래 피아노 학원에서 잠을 청한 이후 유연한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기묘한 스토리가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날지 모르는 우리의 삶과도 비슷해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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