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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보다 신난다" 극찬 받았던 이 영화의 엔딩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2010년대 드림웍스의 희망 <드래곤 길들이기>

23.10.17 11:12최종업데이트23.10.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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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실사영화로 구현할 수 없는 게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사영화 주인공들은 지구인과 외계인, 동물, 로봇 정도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무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애니메이션은 창작자의 상상에 따라 그 어떤 것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고 또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공개된 애니메이션들만 봐도 실사에선 차마 구현하지 못했던 것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CG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장난감(<토이스토리>)과 개미(<벅스라이프>), 괴물(<몬스터 주식회사>),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자동차(<카>), 청소로봇(<월-E>)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심지어 2015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기쁨, 슬픔, 분노 등 인간의 감정이 주인공이었고 올해 개봉한 <엘리멘탈>에서는 불과 물 등 원소들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디즈니와 픽사의 후발주자인 드럼웍스는 1994년에 설립해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함께 만들다가 지난 2004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자회사로 독립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슈렉>과 <쿵푸팬더> 정도를 제외하면 라이벌을 자처하는 디즈니·픽사에 비해 크게 힘을 쓰지 못했는데 201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이 희망으로 떠올랐다. 2010년과 2014년, 2019년에 걸쳐 3편까지 제작됐던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였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세 편의 극장판으로 16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주)

 
인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기상천외한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디즈니·픽사처럼 드림웍스 역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소재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개미가 주인공이었던 <개미>를 시작으로 드림웍스 최고의 효자 <슈렉>의 주인공은 녹색괴물이었고 <쿵푸팬더>는 판다곰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2016년에 개봉한 <트롤>에서는 아예 인형이 주인공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드림웍스에서도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들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1998년 12월에 개봉했던 <이집트왕자>는 <개미>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였던 드림웍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구약성경 출애굽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집트 왕자>는 발 킬머와 랄프 파인즈, 미셀 파이퍼 등 화려한 성우진과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으며 더욱 화제가 됐다.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과 함께 비평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은 <이집트왕자>는 2000년 프리퀄인 <이집트 왕자2: 요셉 이야기>가 제작되기도 했다.

2003년에 개봉한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은 드림웍스에서 제작한 마지막 2D 애니메이션으로 역시나 브래드 피트와 캐서린 제타 존스, 미셸 파이퍼 등 스타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하지만 6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신밧드>는 세계적으로 8000만 달러 흥행에 그쳤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다만 한국에서는 2003년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해 전국 130만 명을 동원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3년에는 선사시대 원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크루즈 패밀리>가 개봉했다. 당시 드림웍스는 <가디언즈>와 <피바디> <터보>의 흥행성적이 연이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져 있었는데 <크루즈 패밀리>가 5억 87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올리며 기사회생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가 성우로 참여한 <크루즈 패밀리>는 지난 2020년 속편이 개봉했다.

2017년에는 <마다가스카>를 만들었던 톰 맥그래스 감독이 말라 프레이지 작가가 쓴 동화를 원작으로 독특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를 선보였다. 알렉 볼드윈과 토비 맥과이어, 스티브 부세미 등이 목소리 연기를 한 <보스 베이비>는 5억 27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과 함께 작품성도 인정받으며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선정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픽사의 '역대급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코코>였다.

흥미롭고 유쾌한 전개와 교훈적인 엔딩까지
 

히컵(왼쪽)은 굶주린 드래곤 투슬리스를 생선으로 유혹하면서 길들인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주)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제목만 보면 '드래곤'이 주인공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물론 여러 종류의 드래곤들이  작품 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드래곤의 이야기'가 아닌 '드래곤을 길들인 소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로 <드래곤 길들이기>는 투슬리스라는 전설의 드래곤과 교감해 친구가 되는 히컵(제이 바루첼 분)이라는 바이킹 소년이 주인공이다.

1억 6500만 달러의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드래곤 길들이기>는 세계적으로 4억 9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드림웍스의 전작 <몬스터 vs. 에일리언>이 본전치기에 그쳤던 아쉬움을 달래주는 흥행이었다. 다만 같은 해 개봉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억 달러 흥행을 돌파한 <토이스토리3>와 7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5억 4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슈퍼배드>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흥행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림웍스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관객들의 평가가 매우 높은 작품이었다. 미국의 영화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99%와 관객점수 91%라는 매우 높은 평점을 기록했고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도 관객평점 9.33점으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지나 영화평론가 겸 동국대 교수는 <드래곤 길들이기>를 "<아바타>보다 신나는 3D 영화"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히컵과 투슬리스가 처음 비행에 성공하는 장면과 히컵이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레라 분)와 나누는 수줍은 첫 키스 등은 <드래곤 길들이기>를 대표하는 명장면들이다. 다만 히컵이 마지막 대결 이후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차는 장면은 몇몇 어린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동정이나 편견을 없애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는 뜻이 담긴 <드래곤 길들이기>의 엔딩은 관객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컸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림웍스 창립 20주년을 맞은 2014년 속편이 개봉했다. 여전히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드래곤 길들이기2>는 6억 2100만 달러로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9년에 개봉한 3편 역시 5억 2100만 달러의 수익으로 드림웍스의 효자상품임을 증명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TV를 통해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극장판의 감동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타보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성우들 섭외
 

히컵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제이 바루첼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성우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캐나다 배우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화려한 성우진이다. 디즈니·픽사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문성우를 주로 쓰는 데 비해 드림웍스는 스타배우들을 성우로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림웍스의 대표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에는 마이크 마이어스와 캐머런 디아즈, 에디 머피 등이 참여했고 <쿵푸팬더>에는 잭 블랙과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세스 로건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이에 비해 <드래곤 길들이기>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스타배우의 목소리 출연이 없다. 주인공 히컵 역의 제이 바루첼은 캐나다 출신의 배우 겸 성우로 <드래곤 길들이기> 이후 <마법사의 제자>에서 주인공 데이브 역을 맡았지만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일부 영화 팬들은 2012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의 <코스모폴리스>를 <드래곤 길들이기>와 함께 바루첼의 대표작으로 꼽기도 한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히로인 아스트리드는 원작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겉으로는 다소 차가워 보여도 속으로는 히컵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히컵이 자신을 드래곤에 태워 비행을 시켜줬을 때 "이건 납치한 벌이야"라며 히컵을 때린 아스트리드는 곧 "그리고 이건 나머지 몫이고"라고 말하며 히컵의 볼에 뽀뽀를 했다. 아스트리드의 목소리를 연기한 아메리칸 페레라는 올해 개봉한 영화 <바비>에 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크리스 샌더스, 딘 데블로이스 감독 제이 바루첼 아메리카 페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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