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에이터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더 많은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유사성이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호감도가 하락한다는, 즉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政弘)가 소개한 개념이다. 이 '불쾌'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가 정말로 살아 있는 게 맞는지, 아니면 살아 있지 않아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살아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는 데에서 비롯한 감정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좀비를 떠올리면 되겠다. 요즘은 AI와 관련하여 더 적용 범위가 넓어졌지 싶다.
'person' 논리의 연장에서 알피를 포함해 극중 AI는 모두 머리 아래쪽에 구멍이 뚫려 있다. '불쾌한 골짜기'에서 의심을 자아내어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기제를 차단했다. 유사성과 차이를 분명히 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등장한 인간(human)과 AI 양쪽의 혼란이 미연에 방지된다. 다르지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문명의 세상이다. 영화는 'person'이란 용어에 맞춰 AI 형상을 설계했다.
턱이 시작하는 지점에 구멍이 휑하고 뚫린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AI 승려까지 등장하는 등 영혼까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확실히 '불쾌한 골짜기'에서는 벗어난 듯하다.
기독교적 상징
<크리에이터>는 제목부터 곳곳에 기독교적 상징을 깔아놓았고, 스토리 자체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핵심주제로 구성됐다. 인간(human)이란 압제자로부터 AI의 해방을 도모하고, 그 해방자가 도래하는 모습이 각각 구약의 출애굽과 신약의 탄생설화를 활용했다. 예수의 동정녀 탄생 이야기를 AI 영화에서 이렇게 변용해 극화한 발상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종교영화인 셈인가. 불경하다고 반응할 사람이 있겠다 싶지만,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색하고 기독교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관점이 진취적이다.
영화 완성도와 관련하여 제작진은 태국, 베트남, 네팔, 일본, 인도네시아, 영국, 미국 등 세계 80여 곳에서 무려 1만6000Km 이상을 이동하며 촬영했다고 한다.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최대한 현지의 배우와 스태프를 활용했다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제시하여 생각거리를 던졌다는 측면에서 수작이라 할 만하다. 미래의 AI 발전 경로가 이 영화와 달리 악의 길에 닿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했다는 비판은 가능해 보인다. 가능한 비판이긴 하나, 아주 정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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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미술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