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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두번째 은메달 우상혁, "즐길 수 있어 행복"

[현장 인터뷰] "이제는 내가 다크호스 아니겠냐", 우상혁, 파리행 의지 불태웠다

23.10.05 15:52최종업데이트23.10.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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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으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딴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10.4 ⓒ 연합뉴스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생애 두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냈다. '라이벌' 무타즈 바르심과의 맞대결에서 이번에도 바르심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여전한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마친 우상혁은 "이제는 내가 다크호스가 아니겠냐"며 웃었다.

4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파크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결승에서 우상혁이 은메달을 따냈다. 우상혁은 이번 아시안게임 2m 33까지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도약하면서 다른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

바르심의 아시안게임 세 번째 금메달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행복하게 뛰었다며 웃은 우상혁. 높이뛰기 경기가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우상혁은 "이제는 내가 파리 올림픽의 다크호스라고 생각한다"며 1년 뒤 파리에서의 도전을 다짐했다.

"오로지 바르심과의 경쟁만 생각하고 왔다"

우상혁 선수는 경기가 끝난 직후 후련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우상혁은 "나도 항저우에 왔을 때 2m 33을 1차 시기에 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상황이 좋으면) 2m 35를 넘고 2m 37까지 넘어 내셔널 베스트까지 세우려고 매번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상혁은 "이번 은메달은 아쉽지만, 내년에 파리 올림픽이 바로 있으니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 특히 바르심 선수와의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내 기량이 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흥미롭다"며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 동메달을 딴 일본의 토모히로 신노도 위협적이었다. 초반 두 번의 실수가 있었던 토모히로 신노는 2m 29를 한 번에 성공시키며 메달 레이스에 동참하기도 했다. 우상혁은 "나는 오로지 바르심과 경쟁하는 것, 금메달을 생각하고 왔다. 나머지까지 생각하면 내 것까지 안 된다"며 다른 선수를 눈에 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우상혁은 "내 것을 후회없이 하고 바르심과 경쟁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바심과 최고 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릴 적 '바르심 선수와 뛸 수 있는 위치가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매 시합마다 같은 높이를 경쟁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상혁은 바르심 선수에 대해 "나의 승부욕을 더 불태워줄 수 있는 선수,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라며 "앞으로도 바르심과의 승부가 흥미롭고 기대된다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결승에서 우상혁은 2m 19부터 출전을 시작했지만, 순번에 따라 매번 맨 처음 도약했다. 우상혁은 "첫 순번으로 뛰었으니 바르심 선수도 나를 많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이뛰기가 서로 시너지가 나면서 넘을 수 있는 종목"이라며 웃었다.

서로의 시너지는 우상혁이 2m 33까지 모두 1차 시기만에 통과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우상혁은 "그러니 서로 경쟁의 의욕이 끌어당겨져서 나도 1차 시기에 모두 넘었다. 그 집중력으로 2m 35나 2m 37까지 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 기록이야말로 넘어야 할 산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그 신기록을 깨고 싶다"고 다짐했다.

"5년 전에는 억지로 뛰었죠, 지금 보면 어떻게 이러나 싶고..."
 

돌아가는 길에도 '미니 사인회'로 정신이 없었던 우상혁 선수. ⓒ 박장식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누구도 우상혁을 몰랐던'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이제는 모든 국민이 우상혁 세 글자를 아는, 본인의 위상이 달라진 상태에서의 아시안게임이다. 우상혁은 "5년 전에는 사실 억지로 뛰었다. 그 때 영상 보면 내가 어떻게 저러고 뛰었나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며 우상혁은 "그 때는 강박과 압박 속에 높이뛰기를 해서, 내가 좋아하는 종목이지만 높이뛰기를 즐기지 못했다"라고 돌아보았다. 지금은 다르다. 우상혁은 "지금은 너무 여유롭게 뛰고 있다"며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파리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열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할까. 우상혁은 "다시 준비를 철저하게 하려고 한다"라며, "바르심 선수나 잔마르코 탐베리 선수까지, 이제는 내가 다크호스니까 넘어야겠다"고 말했다.

체중 관리가 중요한 높이뛰기. 시즌이 끝났지만 한국에서는 전국체전이 남았다. 우상혁은 "배가 고픈데 마음껏 먹지 못하고 있다"라며, "메이저 대회는 작년보다 성적이 더 좋은 것 같아 기쁘다. 내년에도 차근차근 계단 오르듯이 준비해서 파리 올림픽 때까지 잘 해 볼 생각이다"라고 각오했다.

끝으로 우상혁은 "2m 37, 2m 38, 2m 40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2m 36이나 2m 37을 30~40번은 뛰어봤다. 계속 도전하면 언젠간 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보이며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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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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