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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서 피운 꽃, 이재경의 동매달은 우연이 아니다

[현장] '다이빙' 이재경, 3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

23.10.04 15:15최종업데이트23.10.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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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벌써 세 개의 메달을 수확한 이재경 선수. ⓒ 박장식

 
학생 시절 이재경은 주목받던 다이빙 선수였다. 특히 무거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국내대회 메달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유니버시아드에도 나가 동메달을 땄지만, 유독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장 스무 살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함께 입촌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상 등에 대비한 후보 선수였기에 경기에 뛰지 못했다. 그러던 이재경이 드디어 빛나기 시작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벌써 세 개의 메달을 따내며 이름이 알려졌다.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 7월 열린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김수지 선수와 함께 나선 혼성 싱크로에서 동메달과 '간발의 차' 4위를 기록했던 선수였다. 그간 많지 않았던 기회에 가려졌던 이재경이라는 이름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다이빙' 원석 이재경, 구릿빛 그리고 은빛으로 빛났다

이재경(광주광역시체육회) 선수는 다이빙 경기 첫 날이었던 9월 30일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와 함께 3m 스프링보드 싱크로 경기에 출전했다. 두 선수는 첫 경기에서부터 '다이빙 종주국' 중국에 큰 차이 없는 은메달을 따내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3m와 10m에서 모두 도전을 이어나간 이재경 선수는 10월 1일 플랫폼에서도 메달을 따냈다. 이 선수는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도 김영남(제주도청) 선수와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틀 사이 은메달 두 개를 만든 이재경 선수는 하루의 휴식 뒤 3m 스프링보드에 도전했다.

싱크로 메달과 달리 개인전 메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았다. 중국 선수 왕중위안과 정주위안이 높은 점수를 차지해 메달권에 오를 것이 불보듯 뻔했다. 남은 한 자리도 우하람 선수가 차지할 확률이 높았다.

우하람 선수 실제로 5차 시기까지는 왕중위안과 정주위안, 우하람과 이재경의 순서로 순위가 정해지는 듯 싶었다. 실제로 5차 시기까지는 왕중위안과 정주위안, 우하람과 이재경의 순서로 순위가 정해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우하람 선수가 마지막 시기 안타까운 실수를 범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다이빙대 뒷쪽 계단에서 워밍업을 하고 있던 이재경 선수는 우하람 선수의 경기 내용도,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마지막 시기에 임했다. 결과는 역전이었다. 

이재경 선수가 마지막 시기 시도한 파이크 동작이 총점 69.00점으로 성공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 총점 426.20점으로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우하람 선수와는 15점 남짓 차이가 났다.

"아내 목걸이 덕분에 동메달 땄다"
 

이재경이 왼손에는 메달을, 오른손에는 아내가 만들어준 목걸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시상식 후 만난 이재경 선수는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다.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다"라면서 "올림픽에서도 티켓을 딸 수 있도록 다시 훈련에 열심히 임할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재경 선수는 "'항상 하람이 형 따라서 잘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경기했다"며 "이번 시합에서는 경쟁자로 뛰기는 했지만 함께 훈련하면서 뛰는 것이 너무 좋다, 운동이 잘 안되서 힘들 때 하람이 형이 해주던 좋은 말이 이번 메달(을 따는 데) 주요 요인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선수는 "싱크로에서 메달 두 개를 따고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10m 플랫폼 개인전에서도 마음 편히 먹고 최선을 다해겠다, 아시안게임 후에는 내년에 있을 세계선수권에서 우하람 형과 함께 올림픽 티켓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선수는 아내의 선물 목걸이가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이 선수는 "아내가 조그맣게 숍을 하는데, 목걸이를 만들길래 내 것도 멋있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목걸이를 만들어줬다"며 웃었다.

이재경 선수는 "원래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는데, 목걸이는 긴장될 때 만지작거리면 마음이 편해져서 오늘 경기 내내 만지작거렸다"며 "아내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경 선수는 4일 10m 플랫폼 경기를 끝으로 이번 아시안게임 레이스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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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다이빙 항저우 아시안게임 다이빙 국가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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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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