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시장스틸컷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떡집장사 40년, 누가 이 부부를 거리로 내몰았나
영화는 오류시장에서 여전히 영업 중인 점포 16곳 중 하나를 중심으로 한다. 셔터 내려진 가게들과 깜깜한 골목은 전등 한둘로는 밝혀지지 않는다. 어둑한 시장 골목으로 오가려는 사람들도 없어 남은 가게들은 점점 장사가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거래해온 단골들만 찾는 이 시장 가운데서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는 떡집 하나가 있다. 김영동, 서효숙 부부는 한 자리에서 성원떡집을 40년 동안 운영해왔다. 매일 새벽같이 나와 장사를 준비하는 이들 부부에겐 장사 외에도 또 다른 일거리가 있는데, 다름 아닌 시장을 지키는 일이다.
그 뿌리가 벌써 십 수 년이나 된 싸움으로, 상대는 이 시장을 개발하겠다는 이들이다. 이중 큰 지분을 이어받아 제 권리를 주장하는 개발업체 신산디앤아이(이하 신산)가 있다. 2011년 나타난 신산은 몇몇 상인들을 명도소송으로 쫓아내고 2016년부터는 시장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어마어마한 수익이 따를 개발 사업이다. 지자체는 반대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남은 상인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평생을 한 자리에서 쉴 새 없이 일해 온 이들이다. 떠난 이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만 남았다. 200여 곳 중에서 16곳뿐이다. 이리 될 것을 일찌감치 알았다면 상인들을 하나로 뭉쳐야 했을 테다. 영화 속에 그려지는 하나로 똘똘 뭉쳐서 위기를 버텨낸 다른 재래시장의 모습들이 이들은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제라도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남은 상인들이 하나로 뭉쳐서는 업체의 계획을 막아선다. 평생을 지킨 상인들이 개발에서 소외되선 안 되는 일이다.
서울시의 시장정비사업엔 규정이 있다. 땅을 많이 갖든 적게 갖든 지분 소유자 총수의 60% 이상이 사업에 동의해야만 한다. 신산은 시장 지분의 80% 이상을 가졌지만 소유자 숫자로는 동의율을 채울 수 없다. 여기서 '지분 쪼개기' 꼼수가 등장한다. 지분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나누어서 동의자 수를 늘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이를 쟁점으로 상인들과 신산이 첨예하게 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