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카바티>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힘을 내라 보라돌이, 1부에서 만나자!
<수카바티>는 이제껏 나온 한국 축구 다큐멘터리 가운데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할 작품이다. 축구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으나 프로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팬들의 관점에서, 연맹과 팀이 외면해 온 중요한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로부터 축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그저 기업과 이해득실을 넘어 존재하는 가치를 되새긴다. 그건 축구를 즐기는 이들의 삶이며 혼에 대한 것이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조광래, 최용수, 이영표 등 안양 LG 치타스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현재까지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선 이들의 인터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영화제 상영 뒤 이뤄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몇몇 이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과오를 이야기하는데 축구인들의 이야기가 거의 담기지 못했다는 점은 한국축구가 저들이 써온 역사를 여적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영화는 선호빈과 나바루, 두 명의 감독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두 감독은 제작 과정부터 수차례 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선호빈은 이 영화를 인간과 문화에 대한 것으로 찍으려 했고, 나바루는 축구와 서포터에 대한 것으로 찍고자 했다고 전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성향의 뱃사공이 두 명일 때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사람과 문화와 축구와 서포터가 적절히 어우러졌다는 뜻이다. 그 이상이었다면 더 좋았겠으나 이 정도만으로도 썩 괜찮은 다큐멘터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이 글을 적는 나는 FC서울의 팬이다. 나는 저들이 스스로 레드라고 칭하는 서포터들을 그저 보라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이 언젠가 반드시 K리그1으로 승격하여 FC서울 앞에서 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내기를 바란다. 이 영화는 그 대면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럼, 보라돌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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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