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아주 평범한 사람들: 잊힌 홀로코스트> 포스터 이미지
넷플릭스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과정에서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우리를 찾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아주 평범한 사람들: 잊힌 홀로코스트>다.
크리스토퍼 로저트 브라우닝 교수의 기념비적인 저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1992년 초판 이후 3판까지 출간)을 원작으로 했다. 사회 하층 계급 출신의 평범한 남성들은 어떻게 수만 명을 학살하고 죽음의 수용소로 강제이주시켰는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력이 바닥난 나치 독일, 계속 커지는 제국의 영토를 다스리고자 인력을 충당한다. 그중엔 가정이 있고 나이 많은 중년 남성도 포함되었다. 대다수는 나치에 동조하지도 유대인에 지나치게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더구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직업을 가졌다. 그들은 101예비경찰대대로 편입되어 아무것도 모른 채 이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찍 모인다.
대대장 트라프 소령이 전하길 유대인 남자, 여자, 아이들 1500명을 총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령을 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때 소령이 제안하길 누구라도 이 일이 내키지 않으면 빼주겠다고 한다. 본인의 선택으로 10명 조금 넘게 열외되었고 그들은 흔히 생각하듯 끔찍한 보복 처벌을 받지 않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인 바 유대인 학살 명령을 따르지 않을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점이 의외다.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이히만의 '오직 명령'에 따른 학살에 반하는 사례인 것이다.
악마와 다를 바 없어야 하는데, 평범하다
다큐에도 출연한 원작자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교수의 말에 따르면, 홀로코스트로 죽은 600만 명의 유대인 중 죽음의 수용소 가스실에서 죽은 숫자가 300만 명, 감금 상태에서 죽은 숫자가 100만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200만 명을 총살 부대가 죽였다는 것이다. 뿔 달린 악마이나 괴물이 아니라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직접 대면한 채로 사람을 정녕 끝없이 죽일 수 있을까?
하지만 종전 후 전범 재판에 끌려온 아인자츠그루펜(나치 친위대의 민간인 학살 전문부대로 인종말살만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지휘관들의 면면을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자못 당황스럽다. 흔히 무식해서 말이 안 통하고 술과 여자와 도박에 환장한 살인 기계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고학력 중산층으로 아주 세련되고 학식 있는 자들이었다. 악마 또는 괴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중에 오토 올렌도르프라는 이가 있다. 아인자츠그루펜 D의 지휘관으로 한 해 동안 600명에게 9만 명을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야말로 극악무도의 절정. 하지만 그를 두고 거의 모든 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잘생겼고 말도 잘했으며 솔직했고 매력적이었다. 흔히 생각할 만한 못생기고 나이 많고 정신 나갔으며 병적이고 가학적이면서 바보 같은 부정적응자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충격적이다. 악마면 악마다워야 하고 괴물이면 괴물다워야 한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하다. 나 그리고 우리와 그 그리고 그들 사이를 철저하게 선 긋고 구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데 나와 그가 결코 다르지 않고 우리와 그들이 똑같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사실이고 받아들이기 싫은 사실이다.
괴물의 잠재력 vs. 의식적인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