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
롯데엔터테인먼트
모두 3장으로 구성됐고 상영시간이 94분으로 요즘 영화치곤 짧은 편이다. 다양한 이항대립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체계화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대립구도는 '잠들기 두려운 자'인 남편 대 '잠들지 못한 자' 아내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몽유병에 걸린 남편과 그런 남편을 애정으로 감싸며 치료하려는 아내. 남편 또한 몽유병을 고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치료에 있어서 주도권이 아내에게 있다. 극의 흐름상 아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게 불가피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유 감독은 "영화의 전반부가 수진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는 현수의 공포"라며 "두 인물의 시선을 따라 서서히 변하는 공포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카메라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몽유병,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 발병한 몽유병에서 공포가 촉발하고, 이 공포가 두 사람을 동시에 지배하지만 크게 보아 공포의 방향이 '남편→아내'에서 '아내→남편'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여기서 '공포'를 정의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영화가 우리말로 공포를 공들여 또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이는데, 만일 공포를 영어 '호러'로 바꿔 쓰면 약간 갸우뚱할 수 있다. 즉 이 영화가 호러무비인가라고 물으면 그렇다는 대답과 아니라는 대답이 모두 나올 것이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전형적인 호러무비는 아니다. 그렇다고 소위 전형적인 호러무비의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외형상 스릴러 요소가 강해 보이지만, 저변엔 호러무비의 문법이 깔려 있다.
단순하게는 몽유병이냐 접신이냐에 따라 이 영화가 스릴러물인지 호러물인지 판가름 날 텐데, 실제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외형상 몽유병과 접신 중에서 어느 쪽인지 단언하기 힘든 데다, 감독이 영화적으로 두 장르를 섞어 버렸으니 당연하다. 두 가지 성격이 영화에 공존하고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결론을 유보한다. 마지막에 퇴마 의식이 나오기는 한다. 흔히 상상할 만한 그런 퇴마의식이 아닌 데다 그것이 퇴마 의식이라고 해서 <잠>을 퇴마 영화라고 부를 사람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