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지난 7일 발매한 미니 2집 선공개 곡 '슈퍼 샤이'(Super Shy)로 10일 오전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톱 100' 차트 1위에 올랐다고 소속사 쏘스뮤직과 어도어가 밝혔다. 사진은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제공
양조위와 정호연, 코카콜라와 애플, 그리고 박찬욱
"인연이 나타난다면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디든 갈 거다. 작품은 인연이고 타이밍이다."
지난해 10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대배우' 양조위는 한국영화 출연에 대해 묻는 기자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평문 뒤에 나온 멋들어진 명문이다. 그 양조위가 뉴진스와 인연이 닿았다. 2집 수록곡 < Cool With You > 뮤직비디오에 짧은 분량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할리우드도 사랑하는 그 양조위의 깜짝 출연은 오랜 팬들도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해 부산에서 "언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던 양조위가 이제 갓 데뷔 2년차인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은 K팝의 위상이자 BTS의 소속사 빅히트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 할 만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했다는 양조위는 "좋은 인연이 닿았고, 한국 팬 분들께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참고로, 민희진 대표는 지난 2월 빌보드가 꼽은 '2023 빌보드 우먼 인 뮤직'에 선정됐다. 민 대표는 빌보드가 한 해 동안 음악 산업에 큰 영향력을 끼친 여성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프로듀서, 경영진을 선정하는 '우먼 인 뮤직'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양조위의 뮤직비디오 출연에서 엿보이듯, K팝 산업에서 뉴진스의 마케팅 행보는 독특하고 남다르다. 올해 들어 협업한 코카콜라, 애플과 이뤄낸 성과만 봐도 그렇다. 지난 4월 뉴진스는 코카콜라와 협업한 일종의 광고음악인 <제로>(ZERO)를 유튜브에 공개, 각종 음원차트를 점령했고 3개월 동안 1,600만 회가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귀에 익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뮤직비디오만 놓고 보면 광고라 여길 수 없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이자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불리는 코카콜라와의 협업은 대성공이었다. <제로> 뮤직비디오를 클릭하면 <제로> 유튜브 광고가 재생되는 마케팅은 그 자체로 탁월했다.
다음은 애플이었다. 2집 < Get Up >의 세 가지 타이틀 곡 중 하나인 < ETA > 뮤직비디오를 아이폰14로 촬영했다. 미니 1집 < Ditto >, < OMG >를 연출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이 직접 촬영했고, 촬영 과정 영상을 아이폰 공식 유튜브로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폰으로 찍다'('Shot on iPhone)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단편 <일장춘몽> 에 이은 두 번째 한국 프로젝트다.
애플과 협업한 < ETA >는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친근한 가사, 뉴진스 노래 중 상당히 빠른 비트, 바람을 피우는 친구 남자친구를 감시하며 친구를 응원하는 뮤직비디오 내용 등 뉴진스 특유의 10대 소녀 감성을 감각 있게 풀어낸 곡으로 평가 받는다.
소위 Z세대가 열광하는 아이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뉴진스식 감성으로 이식한 탁월한 마케팅이다. 코카콜라와 애플, 양조위와 <오징어게임>의 정호연과 협업하는 뉴진스는 애플이 박찬욱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선택한 한국 아티스트가 됐다.
뉴진스의 성과와 K팝의 새로운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