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 ASAP >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던 지난 25일, 용산역 인근 골목을 지나다 묘한 광경을 맞닥뜨렸다. 노포와도 같은 어느 고깃집 외부 스피커로 뉴진스의 < Hype Boy >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용산 골목의 노포와 고깃집, 뉴진스의 조합이 꽤나 이질적이면서 굉장히 그럴싸했다. 고개를 돌리자 'H' 로고가 선명한 하이브 사옥이 그 용산 골목을 내려다보는 듯 했다. 여기가 K팝의 도시 서울이자, 하이브 사옥이 중심을 차지한 용산이다.
"빠르면서 느리게 흘러갔고, 뭔가 굉장히 이상한 1년을 보낸 느낌?"
지난 24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한 뉴진스 해린의 지난 1년 소회다. 팬들 입장에선 느리게 흘러갔을 터다. 반면 산업은 무척이나 빠르게 돌아갔다. 데뷔 2년 차 걸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지난 21일 미니 2집 < Get Up >을 발매했다.
꼭 1년이다. 이상한 K팝 나라로 걸어 들어온 소녀들처럼, 지난해 7월 22일 < New Jeans >로 데뷔한 뉴진스는 그 자신들도 예상치 못했을 이상한 1년을 통과하는 동안 눈부신 성과를 냈다. 문자 그대로 새 시대다. 최근 미국의 전통 있는 팝대중예술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꼽은 '케이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곡'(The 100 Greatest Songs in the History of Korean Pop Music) 순위에서 뉴진스의 < Ditto >는 19위를 차지했다.
"밀도 높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히트곡을 통해 뉴진스는 전 세대에 걸친 청취자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킬 소녀들의 성숙기와 노스탤지아라는 주제로 탐구한다."
<롤링스톤>은 그러면서 "Y2K 시대 흑인 미국 걸 그룹을 연상시키는 보컬 하모니"라거나 "10대 짝사랑에 대한 몽환적인 세피아 톤의 기억"이란 평을 남겼다. 소속사인 하이브가 지난 2021년 설립한 독립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발휘한 영향력을 언급한 것은 물론이다.
소녀시대의 < Gee >가 1위를 차지한 해당 리스트가 최신곡 위주, 아이돌 위주의 편협한 리스트라는 국내 일각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뉴진스가 차지한 19위란 순위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뉴진스의 앞자리에 자리한 걸그룹 중 최상단은 6위에 이름을 올린 <뚜두뚜두>의 블랙핑크였다.
뉴진스의 이상하고 놀라운 1년은 또 다른 영미 매체의 2022년 K팝 리스트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타임>은 < Hype Boy >를 2022년 최고의 K팝 5곡으로 뽑았고, <빌보드> 공식 매거진도 최고의 25곡 중 뉴진스의 <어텐션>을 6위에 선정했다. <인사이더>는 < Hype Boy >를 1위 아이브의 < Love Dive >에 이어 2위로 꼽았다.
<빌보드>는 뉴진스의 데뷔를 "K팝 산업에 큰 변화"라 표현했고, <타임>은 "격렬한 강렬함보다 미묘한 느긋함"으로 뉴진스의 음악을 규정했다. 영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뉴진스 음악에 전반에 흐르는 여유로움과 기존 걸그룹 음악과의 차이에 집중했다. 이처럼 지난해 데뷔한 4세대 걸그룹 중 뉴진스는 단연 독보적이다. 다르다. 새롭다. 무엇보다 뉴진스에 대한 반향이 출발부터 국내와 해외를 망라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K팝의 새인류, K컬쳐의 새세대가 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