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KBS 1TV
- 기 PD는 청양의 축산 농가 취재하셨잖아요. 거기 상황은 어땠나요?
기: "제가 16일 밤에 도착했는데 그날 낮 12시까지도 물이 허리까지 차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처음 밤에 찾아갔던 축사는 뒤쪽에 치성천 제방이 있어요. 거기가 무너지면서 강이 범람하고 축사 바로 뒤에 있는 배수펌프가 작동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결해서 생각 해보면 비가 많이 오고 제방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평소에 잘 작동했던 배수펌프가 작동 못 하면서 축사가 완전히 잠기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얼마나 피해가 있다고 해요?
기: "방송에 나오는데 큰 소들이 다 살긴 살았어요. 근데 물에 잠겨서 죽은 송아지들도 있어요. 농민이 얘기하셨던 게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소들이 꽤 오래 침수되어 있어서 더러운 물들을 다 먹었을 거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봐야 하고 또 다리 등을 다친 소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피해는 앞으로 더 봐야 될 것 같았어요."
- 농민들은 키운 가축이 자식 같을 것 같은데 죽어서 마음 아플 것 같아요.
기: "첫날 밤에 뵙던 어머님이 눈물 많이 흘리셨는데요, 어쨌든 새끼 같은 경우 다 본인이 받아서 태어나자마자부터 키웠고 또 되게 어리잖아요. 그때 죽은 소도 태어난 지 3개월 된 소였는데 그 부분 때문에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고요. 비닐하우스에서 구조한 주인분도 어쨌든 소가 기운 못 쓰고 일어나지 못하니까 그 상황이 좀 많이 안타까우셨던 것 같더라고요."
- 논산 수박밭의 수박은 비로 출하를 못 하게 된 건가요?
기: "7월 말에 출하해서 서울 가락시장으로 갈 계획이 있던 밭이었고 저도 가서 보니까 잘 모르지만, 빨갛게 잘 익어 있었고요.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그 전 수박밭 사진을 봤는데 굉장히 정성스럽게 잘 키우셨었더라고요. 근데 그게 출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고요. 그것보다도 수박 비닐하우스를 치워야 되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얘기 하시더라고요."
- 왜 비닐하우스를 치워야 해요?
기: "거기도 제방이 바로 뒤에 있었는데 진흙 같은 게 다 쓸려 들어와서 거의 무릎 바로 아래까지 잠길 정도로 뻘밭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 걸 다 치워내려면 그게 또 굉장히 큰 비용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들 거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MC가 클로징 멘트로 우리는 언제까지 각자도생해야 하냐고 묻던데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정: "제가 알기로 저희 제목이 '극한 호우'고 키워드를 '각자도생'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저는 변한 게 없다는 게 되게 절망적인 것 같아요. 이태원 때도 그렇고 이전에 포항에서도 있었고 부산에서도 있었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참사죠. 그러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이걸 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걸 안 당하기 위해서거나 혹은 당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원인을 규명하고 또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국가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가예요. 여기에 대해서 사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다 보니까 시민분들은 불신 속에 휩싸이죠.
그래서 결국 내 몸은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지 않나 해요. 그러나 우리가 각자도생보다는 국가가 키를 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애초에 이걸 예방하고 또 설령 예방하지 못한다고 하면 이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선진국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그게 저희 프로그램 통틀어서 관통하는 큰 거시적인 하나의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기: "다른 방송 본 내부 PD들도 해준 얘기인데 그걸 기사로 본 것과 방송으로 봤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가면서 기사로 대부분 스터디를 했는데 현장 가보니까 또 느껴지는 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 "저도 비슷한데 일단 시청률이 (<추적 60분>) 세 번 했지만 가장 잘 나왔대요. 좀 큰 얘기를 하자면 이제 공영방송에서 저희 구성원들이 재난 방송하고 많이 애를 쓰시는데 이것도 하나의 재난 방송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때에 가장 날선 시각으로 국가가 피해자 유족분들 그리고 향후 혹시나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험한 지역들에 어떤 조치나 예방을 취하는지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계속 지켜봐야 되는 임무가 저희에게 있지 않나 하고 그게 저희가 수신료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 이름 바꾸고 시작하는 이 시점에 되게 의미 있는 시간 할애해서 이런 방송 했다고 생각하고요. 또 마지막에 MC가 얘기했듯이 앞으로 슈퍼 태풍도 올 거잖아요. 그리고 기후 변화 때문에 자연 이상 기후가 계속 나타나면서 이제 많은 시민분이 피해를 보는 게 있을 텐데 그때마다 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정: "저는 너무 비극적인 현장에서 하루아침에 가족 잃은 분들을 만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기술적으로나 마음도 너무 힘들었고요. 저희 팀장이 늘 하시는 말씀이 '우리 <추적 60분>은 약자와 한이 맺힌 사람들 한을 풀어 주는 방송이다'이에요. 그리고 처음에 저희에게 내려가라고 할 때도 '우리가 망자의 한을 풀어주자'는 게 저희 일종의 모토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생각으로 버티기는 했죠."
기: "저는 갈 때도 생각한 게 오송이나 예천 같은 경우가 인명 피해가 있었고 그런 부분에서 취재가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갔을 때도 다들 재산 상의 피해나 심적으로 피해가 크셨어요. 아무래도 그분들에게 저희가 이 방송을 만들려고 여쭤보는 게 아니라 이분들 얘기를 들어드리고 이분들의 피해 상황을 잘 보여드린다고 설득하는 처음 만남의 순간이 제일 어려운 것 같기는 해요."
- 취재했지만 담지 못한 거 있나요?
기: "제가 괴산에 갔을 때 괴산댐 월류로 인한 이 마을 피해 상황만 보여드렸는데 실제로 괴산에 비가 많이 와서 어디 마을에서 아버지랑 아들이 배수로에 빨려 들어가서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도 취재했었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월류로 인한 마을 피해에 집중하다 보니까 그 부분이 방송으로 나가지는 못했어요. 아버님이 평생 사시던 집 바로 앞에 있는 배수로에서 빠져 돌아가셨고 그 아버지를 구하려고 아들이 손을 붙잡고 있다가 아들까지 같이 빨려 들어가서 돌아가시고 그 상황을 또 따님이랑 어머님이 같이 보셨어요. 그래서 되게 안타까운 사건이었고요. 사실 오송이랑 예천 외에도 이번 극한 호우로 전국적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피해들이 있었다는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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