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다운>은 마이클 더글라스가 <원초적 본능>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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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조엘 슈마허 감독은 생전 <유혹의 선>, <의뢰인>, <타임 투 킬>, <폰부스> 같은 영화들을 만들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997년 <배트맨과 로빈>이라는 졸작을 만들며 '배트맨을 망친 감독'이라는 비판도 함께 따라 다녔다. 슈마허 감독이 1993년에 선보인 <폴링 다운>은 그가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에 연출했던 작품으로 북미에서만 4000만 달러가 넘는 괜찮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폴링 다운>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랐다. 초반 주인공 D-FENS(마이클 더글라스 분)의 분노가 폭발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이 바로 불친절한 한국인 슈퍼마켓 사장 '미스터 리'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폴링 다운>은 재미교포들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줬다는 이유로 국내 개봉이 미뤄졌고 4년이 지난 1997년에 뒤늦게 개봉했지만 서울관객 2만3000명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폴링 다운>은 미국에서 정착해 살아가는 한인들을 비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미국 소시민의 방황과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다. 한국인 슈퍼마켓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나온다고 해서 <폴링 다운>을 '혐아시안 영화'라고 매도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인 슈퍼마켓 사장을 연기한 배우도 한국계가 아닌 중국계 배우 마이클 풀 챈이었다.
D-FENS를 연기한 마이클 더글라스는 현재는 70대 후반의 노장 배우가 됐지만 <폴링 다운>이 개봉했던 1993년엔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던 40대 중반이었다. 온갖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화가 쌓인 D-FENS는 불친절한 한국인 사장을 통해 분노가 폭발하고 우연찮은 기회에 총기가 가득 담긴 가방을 얻으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허무한 '추락'뿐이었다.
<폴링 다운>에서는 D-FENS가 점심시간에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아침메뉴를 만들어 달라며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지난 1984년 샌디에이고의 햄버거 가게에서 있던 총기난사사건이었는데 당시 사망자 22명과 부상자 19명이라는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범인도 영화 속 D-FENS처럼 실직 당한 백인남성이었는데 <폴링 다운>에서는 실제사건과 달리 햄버거 가게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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