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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남자의 선택

[넘버링 무비 259]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 상영작 <내 귀가 되어줘> 외 1편

23.07.04 11:37최종업데이트23.07.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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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내 귀가 되어줘>
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내 귀가 되어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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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가 되어줘>
감독: 장동윤
출연: 장동윤, 김승윤, 이은주

남자(장동윤 분)는 헤어진 여자친구 승윤(김승윤 분)의 연락을 받고 모텔로 향한다. 그곳에 홀로 남겨져 있는 아이 하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 시작한다. 함께 살고 있는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에게 엄마의 품을 줄 수 없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 남자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직장 동료들이 '승윤'을 동네에서 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가까운 곳에 지내면서도 연락 한번 하지 않던 전 여자친구이자 아이의 엄마. 남자는 아기와 함께 그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내 귀가 되어줘>는 모든 결정의 바탕이 타인을 향해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부모에게 자식의 존재를 '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건조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의미로 보자면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남자와 아이의 관계의 경우에는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승윤의 고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더 적합한 면이 있다. 홀로 남겨져 있던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순간에서부터, 자신을 떠난 여자를 굳이 찾아가기까지, 또한 이기적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현실 앞에서 남자가 내리게 되는 모든 결정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두를 내놓을 준비가 된 모든 부모의 마음.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거나 비틀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선택하는 장치는 승윤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태도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기는 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렸다는 이유를 핑계로 조금 더 안정적인 남자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와 달리 자신은 청인(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장애인)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중국집 주방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로.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승윤은 성(姓)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장애물의 총체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책임감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에 도전하는 외부적 압력이며, 자신의 선택과 이 위력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후 이어지는 아이의 친부에 대한 고백과 아이를 다시 돌려받겠다는 여자의 일방적인 선언마저도 모두 같은 맥락 위에 있다. 감정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자신을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하나의 상황으로 연출된 극이기에 이 선택은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어떤 선택은 타인에게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아빠는 엄마 말이 진짜인 줄 알았어. 아빠는 이준이 엄마랑 결혼해서 가족하고 싶었거든. 아빠 얼굴이 잘 생겼잖아? 그래서 착각했나 봐. 아빠는 이준이 아빠 아들 아닌 거 알고 있었어. 아빠가 이준이 보니까 데려와서 가족이 되고 싶었어. 내 잘못이야. 용서해 줄래? 아빠는 우리 아들이 희망이야. 아빠가 이준이 많이 많이 사랑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남자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뒤로 아빠를 부르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걸까? 잠깐이지만 아들이라 생각하고 기른 아이를 다시 보내고 지내온 시간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승윤으로부터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고백을 처음 듣던 순간에 품에 안고 있던 보자기를 꼭 움켜쥐던 남자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다정 씨 2.0>
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다정 씨 2.0>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02
<다정 씨 2.0>
감독: 김윤범
출연: 정이재, 이명준, 임마리아, 김은지

준호(정이재 분)는 엄마의 생신을 맞아 오랜 미국 출장 끝에 집을 방문했다. 자신의 딸까지 엄마에게 맡긴 채로 한국을 떠나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곁에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 '다정씨'(이명준 분)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위해 산 것이었지만 몸이 불편해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엄마를 위해 계속 두게 되었다. 오랜만에 두 사람을 -한 명의 사람과 하나의 로봇을- 만나게 된 준호는 조금 묘한 인상을 받는다. 사사건건 자신이 아닌 로봇 다정씨의 편을 들며 두둔하는 엄마의 태도와 프로그래밍된 대로 맞는 말만 하기는 하지만 묘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듯한 로봇의 행동. 기분이 좋지 않다. 아니 이 상황이 조금씩 불편해진다.
 
영화 <다정씨 2.0>은 사람과 같은 모습과 행동을 하는 완전한 의미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와 함께 생활하는 미래 시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나 기술의 거대 담론이 아니지만,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A.I가 인간의 자리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두렵고 불편한 감정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다른 존재가 우리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곧 대상의 물리적 효용성 및 존재의 의미를 상실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준호에게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기능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부분을 굳이 직접 알려주고 가르치려는 행동이나 생신 선물로 건넨 용돈조차 다정씨에게 바로 건네는 엄마의 모습이 의아하다. 하지만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휴머노이드 신탁'이라는 이름의 보험 금융 상품에 5억이나 되는 큰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A.I의 시스템보다 주인이 먼저 죽게 되었을 경우 기계의 시스템 유지 및 데이터 보관을 책임져주는 상품. 진짜 사람도 아닌 기계 장치에 불과한 로봇에게, 그것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다음의 사후 처리를 위해 이 정도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면박을 주는 모습에서 그는 엄마가 자신보다 더 의지하는 존재가 다정씨라는 이름의 로봇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중심 소재가 되는 아들 준호와 엄마의 갈등, 로봇 다정씨와 준호 사이의 불편한 기류 등 여러 문제의 중심에는 역시 '로봇의 3원칙'이 위치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수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 <아이, 로봇>을 통해 제시했던 윈칙으로, A.I 기술 및 로봇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의 윤리원칙이다. 이 작품에서 로봇 다정씨가 위반하고 있는 원칙은 제2원칙으로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다. 애초에 다정씨의 행동이 엄마 연경을 돕기 위한 것으로 지시되어 있기는 하겠으나, 이를 빌미로 준호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대립하는 장면이 반복되어 제시된다.
 
아이를 떠맡길 때나 가끔 얼굴을 비추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로봇만 남겨 두고 곁에 있어주지 않았던 무심한 아들에 대한 불신과 -엄마는 자신이 죽을 때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며, 혼자 남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런 배경 위에서 자식인 본인보다 다정씨에게 심리적으로 더 믿고 의지하는 엄마에 대한 질투 혹은 배신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로봇에 대한 적대적 감정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섬뜩한 지점은 역시 영화의 후반부에 있다. 다정씨를 관리하는 로보틱스 회사에서 원래의 다정씨와 같은 모습을 한 새 로봇을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이다. 큰돈으로 가입한 신탁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에서 어제까지의 데이터가 백업되어 있는 임시용 모델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임시라고 하기에는 이전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백업된 데이터 덕분인지 기억하고 말하는 모습 또한 완전히 똑같다. 이 장면 직전까지 슬픔에 잠겨 있던 엄마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반기고, 엄마를 위로하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일면 기뻐 보이던 준호는 다시 분노에 휩싸인다.

다시 돌아온 다정씨의 모습 앞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로봇의 존재적 의미와 인간의 감정적 행위 사이에서 이 작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내귀가되어줘 다정씨2.0 장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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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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