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 4집 < All System Go >.
장지혜
성공적인 데뷔 후 1995년 봄에 공개한 2집 <날개 잃은 천사>는 룰라의 전성기 그 자체다. 동명의 타이틀곡 안무인 엉덩이춤과 '싸바 싸바'하는 코러스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룰라의 하이라이트. 이를 통해 룰라는 '가요톱텐' 골든 컵 수상을 비롯하여 각종 상을 석권했으며 음반 판매 면에서도 한국 가요계 역사상 최단기간에 백만 장 판매를 돌파하는 등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들은 기세를 몰아 같은 해 연말에 3집 < 天上有愛 (천상유애) >를 발표했다. 그러나 타이틀곡을 비롯한 수록곡 대부분의 표절 정황이 드러났고 여론의 거센 비판 끝에 룰라는 결국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귀작으로 선보인 4집 < All System Go >(1996) 는 그래서 더 야심 찼다. 구원투수로 나선 이는 듀스의 이현도. 우리나라 대중 음악계에 힙합을 비롯한 흑인 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그가 룰라의 4집 전반을 프로듀싱했다.
멤버들의 랩과 보컬이 각각 사운드 시스템의 일부처럼 연출되어 각자의 특징과 매력이 조화로운 인트로 'All System Go!'부터 그의 흔적이 느껴진다. 조력자와 함께 완성도에 열을 올린 이 음반은 이전의 표절 사태를 딛고 나갈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선언과도 다름없었다.
논란 그 자체보다도 이즈음 룰라는 기자 회견, 자살 소동을 포함한 일련의 고난을 겪은바, 4집엔 여기에서 나아가려는 애수와 희망의 감정이 공존한다. 룰라의 이전 곡들은 주로 이별과 관련한 고독 및 도회적인 외로움에 치중해 있었다.
반면 이번 앨범은 김지현의 재즈 보컬이 특기할 만한 '내 슬픈 사랑은'과 같은 멜랑콜리한 곡부터 싱어롱 스타일의 마지막 곡 '다같이'에 이르기까지 보다 깊고 넓은 감정을 담았으며 곳곳에 '3! 4!'. '그대 곁에서', '희망의 이름으로'와 같은 트랙을 배치함으로써 밝은 미래에 대한 이들의 지향에 방점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