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온 파리스틸컷
찬란
어렵게 구한 성물은 질풍노도의 프랑스 역사 가운데서도 온전히 보전되었다가 19세기 초 파리의 한 곳에 새로 둥지를 트니 그곳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이로써 파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은 예수의 육신에 직접 닿았던 성물을 보관한 장소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대성당이 보관한 가장 귀한 것, 심지어는 대성당 그 자체보다도 훨씬 더 귀한 것이 이곳에 놓인 가시면류관인 이유다.
그런 대성당에 불이 났으니 프랑스 사회가 뒤집어질 밖에 없다. 작은 불도 아니고 성소 전체를 휘감고 속한 모든 것을 태울 법한 큰 불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화재로부터 프랑스 소방당국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전소와 붕괴를 막아냈고, 그 안의 귀한 보물 또한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불이 났고, 또 이를 막아낼 수 있었던 걸까. 바로 이것이 이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의 관심이다.
화재의 시작은 징후를 알아채지 못한 부주의, 그 부주의를 낳은 사회적 맹점으로부터 비롯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노트르담 성당의 야간 시설 당직자의 출근이다.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으로 보이는 그는 이날이 첫 출근으로, 이틀 동안 두 시간의 교육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를 두고 퇴근하는 책임자는 그에게 공용 작업복을 내어주는데, 그는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게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성실하게 홀로 제 당직시간을 지킨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불이 난 이유
다음날 저녁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다름 아닌 책임자, 그는 당직자에게 저녁 당직자가 갑자기 못 오게 되어 저녁까지 당직을 서달라고 말한다. 어떻게 잡은 일자리인데 놓칠 것인가, 그는 알겠다고 말하고 잔뜩 화가 난 아내를 설득한다. 그리고 불은 그날 저녁 일어난다.
처음은 알람이다. 갑자기 경보알림이 울리고 화들짝 놀란 당직자는 매뉴얼에 따라 알람을 확인하고 익숙지 않은 불어로 알람에 뜬 장소를 경비에게 읽어준다. 경비는 곧장 성당 다락으로 가보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 경비는 성당 설비가 낡아 알람이 오작동하는 일이 자주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다.
그래도 꺼지지 않은 알람에 당직자는 어딘지 마음이 쓰이는 눈치다. 그는 다시 퇴근한 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전화를 받은 상사가 경비에게 전화를 거니 당직자가 읽어준 대로 가본 곳과 알람이 울린 곳이 다르지 않은가. 다락은 다락이되 성당 다락이 아닌 종탑이 있는 성소 다락이었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 경비가 이곳에 올라가 보니 이미 불이 커져 있었다.
줄어든 사람만큼 위험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