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정(자료사진, 2009.11.26).
연합뉴스
당연한 얘기지만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된 흥행이었다. 고교 시절에 헤비메탈 밴드 보컬리스트로 활약했던 김현정은 그 경력을 증명하듯 진성으로 초고음을 뽑아내는 벨팅 창법을 구사하며 파워 보컬의 면모를 과감히 드러냈다. 립싱크가 만연하던 시기에 춤을 추면서 안정된 라이브를 소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실력파 댄스 가수라는 독보적 위치를 손쉽게 점할 수 있었다.
록 보컬의 질감은 거침없는 감정 표출을 자극했다. 차임벨을 들여와 귀엽고 명랑한 인상을 심어준 후속곡 '혼자한 사랑'에선 짝사랑 상대에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고백을 전하다가도, 제목부터 공격적인 어조를 풍기는 댄스 트랙 '폭군을 사랑한 여자'에선 날이 선 듯한 목소리로 일방적인 연인 사이를 비판하며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섬세한 가사 전달도 돋보인다. 미디움 템포의 록 발라드 '내 안에 너를'은 밴드 세션의 연주 위에서 '언제나 내 안에 너를 느끼며 살아갈 테니'와 같은 구절을 전하며 애절한 감성을 호소한다. 한국적인 선율을 드리운 '연', 바이올린이 비절하게 울려 퍼지는 'The End' 또한 발라드의 기본 골조는 유지하되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 장르 확장을 도모했다.
역주행 신화를 겪으며 메인스트림으로 도약한 김현정은 1집의 성공 비법을 꾸준히 활용하며 승승장구했다. 데뷔곡에 이은 이별 시리즈 '되돌아온 이별'부터 회오리 춤 하나로 온 국민을 돌려놓았던 '멍', 기존 활동곡들과는 다른 결로 변용을 추구한 '떠난 너'까지.
굵직한 히트곡들을 써 내려간 덕분에 여성 솔로 댄스 가수 진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그를 뒤따라 등장할 수 있었다. 역경은 있었지만 극복과 부활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1집 < Legend >. 김현정은 그렇게 실존하는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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